[동포투데이]원로 배우이자 제14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순재가 25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90세. 유족 측은 “그동안 지병을 앓아왔으며 가족들이 임종을 지켰다”고 밝혔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해방과 전쟁을 거쳐 서울로 내려와 서울고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학문 대신 연기를 선택한 그는 1960년 KBS 1기 탤런트로 데뷔했다. 전문 교육 체계가 미흡했던 시절, 그는 연극·라디오·TV를 오가며 정확한 발성과 분석적 연기로 ‘엘리트형 배우’의 이미지를 굳혔다. 이후 수십 년간 시대극·가족극·예능을 넘나들며 한국 최고령 현역 배우라는 상징적 위치를 지켜왔다.
이순재의 행보는 연기 활동에만 머물지 않았다. 1970~80년대 방송연기자협회 회장을 세 차례 맡아 방송 환경 개선과 후배 양성에 힘썼다. 1992년에는 민자당 후보로 서울 중랑갑에서 당선되며 예술인 출신 국회의원의 길을 열었다. 국회에서는 부대변인과 한일의원연맹 간사 등을 맡아 문화·외교 분야에서 활동했다.
최근 건강 이상설이 이어지면서 팬들의 우려가 커졌다. 2023년 예정된 공연이 취소됐고, 올해 4월 한국PD대상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박근형이 “상태가 좋지 않다고 들었다”고 언급하면서 걱정은 더욱 짙어졌다. ‘평생 현역’이라는 말이 자연스럽던 인물이 무대를 비우자 급격한 건강 악화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순재는 생전 “연기는 죽을 때까지 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의 작품들은 한국 드라마와 연극사 곳곳에 남아 있으며, 세대를 아우르는 존재감으로 대중문화의 한 축을 형성했다. 정치와 문화 두 영역을 모두 경험한 그는 “배우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신념을 자주 강조했다. 그의 90년 인생은 그 문장을 증명해 온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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