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미국을 전략적으로 압박하는 핵심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싱가포르 외무장관을 지낸 조지 여(杨荣文·George Yeo)는 이를 중국 고전소설 서유기에 빗대 “희토류는 미국 머리 위의 ‘긴고아(緊箍兒)’와 같다”고 표현했다.
조지 여 전 장관은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관계를 비롯해 대만 문제, 최근 중·일 간 마찰,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쟁 구도 등을 폭넓게 언급했다.
그는 “미·중 관계는 전반적으로 안정 국면으로 가고 있지만, 간헐적인 진동은 피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희토류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 카드는 이미 1990년대 초부터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었지만, 미국은 이를 외면한 채 중국을 압박해도 반격은 없을 것이라 착각했다”며 “결국 중국은 ‘희토류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고 말했다.
조지 여 전 장관은 단기적으로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전략에 대응할 뾰족한 수단이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가 다른 국가들과 새로운 희토류 협정을 맺을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에는 최소 5~8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重)희토류 분야에서는 중국이 미국에 대해 사실상 ‘목을 쥔’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희토류를 보유한 곳은 사실상 중국과 미얀마뿐이며, 미얀마의 주요 광산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밀접해 있어 미국이 접근하기 어렵다”며 “이 점에서 미국은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서유기의 비유를 들며 “손오공이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당승이 긴고아 주문을 외우면 고리가 조여 오는 것처럼, 희토류는 미국을 제어하는 장치가 됐다”고 설명했다.
조지 여 전 장관은 “어떤 의미에서 미·중 양측은 서로에게 하나씩의 ‘긴고아’를 씌우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은 핵심 기술의 대중국 유입을 체계적으로 차단하고 있고, 중국은 이를 극복하려 노력하는 한편, 희토류 공급을 제한할 경우 미국과 유럽의 다수 산업이 마비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일정도 주요 변수로 꼽았다. “트럼프는 남은 임기 동안 중국과의 관계 안정을 필요로 한다”며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미·중 간 ‘무역 휴전’ 가능성이 있다. 만약 미국 경제가 악화되면 공화당이 의회 장악력을 유지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직설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대만의 분리 세력이 존재하는 이유는 미국의 개입 때문”이라며 “만약 미국이 재정 압박으로 서태평양에서 물러나고, 유권자들이 ‘버터와 총’ 사이에서 전자를 선택한다면 양안 통일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만 사람들이 ‘대만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의 하위 변수”라며 “현재 트럼프는 대만이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는 중국 본토와 훨씬 더 큰 의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점이 미·중 관계의 기초이며, 미국도 이를 알고 있다.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다면 이 레드라인에서 멀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의 대중국 강경 발언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취임 초기라 발언의 무게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고, 이제 와서 물러서면 체면을 잃게 되는 상황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국내 지지를 확보하고 국방비 증액을 정당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강경 노선을 택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미국의 지지를 기대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트럼프는 남은 임기 동안 중국과의 안정적 관계를 원하며, 이 문제로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중국 역시 사태의 확대를 원하지 않지만, 다카이치 총리가 자제하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지 여 전 장관은 2004년 8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싱가포르 외무장관을 지냈으며, 2012년부터 2021년까지는 홍콩 카이리(嘉里)그룹 부회장을 맡았다.
그는 홍콩과 싱가포르 간 경쟁에 대해서도 “과장된 측면이 크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는 결코 중국을 이해하는 데서 홍콩을 능가할 수 없고, 홍콩 역시 동남아 이해에서 싱가포르를 넘어설 수 없다”며 “일부 주변 영역에서 경쟁은 있지만, 실제로는 상호 보완과 상호 강화 관계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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