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미·중 관계를 둘러싼 이른바 ‘디커플링(탈동조화)’ 논의에 대해 “상식에 기반하지 않은,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이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미국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9일(현지시간) 황 CEO가 팟캐스트 No Priors에 출연해 미·중 관계를 주제로 발언한 내용을 보도했다. 황 CEO는 “어떤 이유에서든 미국과 중국이 분리될 수 있다는 생각은 상식에 근거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미국의 경쟁자인 동시에 여러 측면에서 협력 파트너”라고 말했다. 그는 “디커플링이라는 발상 자체가 매우 순진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황 CEO는 2026년을 바라본 미·중 관계 전망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며 “중국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매우 실용적이고 상식적인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중 기술 디커플링 기조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처음 제기됐고, 이후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디리스크(위험 완화)’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유지·강화돼 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평가를 두고 논란의 여지도 남겼다.
황 CEO는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 자국의 기술적 자립성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동시에 양국 간 깊은 연결과 상호 의존이 존재한다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쪽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관계가 감정적으로 변질될 수 있다”면서도 “미·중 관계는 단순한 대립이나 단절이 아닌, 정교하고 신중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나라 사이의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관계는 향후 100년간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CEO가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언급한 배경에는 엔비디아의 대중(對中) 수출 정책 변화가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된 일부 정책을 철회하고, 엔비디아가 중국에 AI 가속기 H200 칩을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만 수출 대가로 매출의 2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이르면 이번 분기부터 H200을 중국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엔비디아의 A100, H100, H200 등 고성능 AI용 GPU는 미국의 수출 통제로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제한돼 왔다. 미국 진보연구소는 H200의 성능이 중국 전용으로 성능을 낮춘 H20 칩보다 약 6배에 달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황 CEO는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H200은 현재 경쟁력이 있지만, 영원히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와 차세대 루빈(Rubin) 플랫폼을 적시에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첨단 반도체 수출을 제한한다고 해서 중국의 인공지능(AI) 발전이 늦춰지지는 않는다”며 “미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규제 체계 역시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황 CEO는 2025년 한 해 동안 여러 차례 워싱턴을 방문해 미 정부를 상대로 대중 수출 규제 완화를 요구해 왔다.
황 CEO는 지난해 11월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양국 정부와 협력할 수 있다면 중국 시장은 매우 거대해질 것”이라며 “현재 약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AI 칩 시장이 2030년에는 2000억 달러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기업이 이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는 엔비디아가 연구개발과 투자를 확대하는 데 중요한 재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해 “경제·기술 문제를 정치화·안보화·도구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조치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결국 미국 자신에게도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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