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의 대미(對美) 반도체 분야 맞대응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일본 반도체 업계가 예상치 못한 위기 신호를 감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본 언론은 최근 “글로벌 성숙 공정(28나노 이상) 주문의 약 70%가 중국 공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가격 경쟁력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우려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2024년 말 일본 구마모토에 들어선 TSMC 공장에 약 32억 달러의 보조금을 투입했다. 이 공장은 12~28나노급 성숙 공정을 주력으로 월 5만5000장 규모의 12인치 웨이퍼 생산 능력을 갖췄다. 그러나 가동 직후부터 글로벌 주문이 기대만큼 몰리지 않으면서, 일본 언론 내부에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성숙 공정의 핵심 주문이 이미 중국으로 이동했다”며 “중국산 칩 가격이 너무 낮아 기존 수익 구조로는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미국이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를 ‘전략 무기’처럼 통제하는 동안, 중국은 28나노 등 성숙 공정을 대량·저가로 공급하며 시장을 선점했다는 평가다.
특히 중국의 생산 능력 확장이 두드러진다. 업계 전망에 따르면 2024~2027년 중국의 12인치 성숙 공정 생산능력은 연평균 2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중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증가율은 3%대에 그칠 전망이다. 일본 언론은 이를 두고 “로켓과 자전거의 속도 차이”라고 표현했다.
서방이 더 주목하는 대목은 중국의 반도체 장비 국산화 진전이다. 중국은 2018년 이후 반도체 장비 자립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해 왔으며, 최근 들어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방화창, 중웨이(AMEC) 등 중국 장비 기업들이 식각·증착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일부 생산라인에서는 국산 장비 비중이 3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장비는 가격이 해외 경쟁 제품의 절반 수준인 데다, 유지·보수 기간이 짧아 생산 중단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2030년까지 중국 반도체 장비 자급률이 50~60%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반도체 산업은 한때 세계 시장을 주도했다. 1980년대 NEC, Toshiba 등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했으며, 미국이 반덤핑 관세와 미·일 반도체 협정을 통해 견제할 정도였다. 그러나 수십 년이 흐른 현재, 일본은 성숙 공정 시장에서 중국과의 가격·물량 경쟁에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첨단 공정뿐 아니라 성숙 공정이 자동차·산업용·전력 반도체 수요 확대와 맞물려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중국의 대규모 생산과 비용 통제 능력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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