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중국의 급부상을 목격한 미국이, 냉전 시기 상징이었던 ‘평화봉사단(Peace Corps)’을 기술 중심 조직으로 재편해 글로벌 AI 경쟁에서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현지시간 2월 19일,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른바 ‘기술 군단(Tech Corps)’이라는 신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계획은 미국의 과학·수학 전공 졸업생과 기술 인력을 해외에 파견해, 각국의 AI 인프라가 미국 기술에 의존하도록 유도하고 중국산 경쟁 기술의 확산을 억제하는 데 목적이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향후 5년간 기존 미국 평화봉사단 파트너 국가들에 최대 5,000명의 미국인 자원봉사자와 기술 자문단을 파견하는 것이 골자다. 이들은 미국산 AI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도입을 지원하고, 중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역할을 맡게 된다. 현재 AI 분야에서 중국은 미국의 최대 전략적 경쟁국으로 꼽힌다.
이 계획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수장인 마이클 크라치오스가 현지시간 20일 ‘인도 AI 영향력 정상회의’에서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60여 년 역사의 평화봉사단에 ‘기술 기반의 새로운 사명’을 부여해, 21세기형 대외 전략 도구로 재정립하겠다는 구상이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 냉전 한복판에서 출범한 평화봉사단은 개발도상국에 자원봉사자를 파견해 농업·보건·교육 등을 지원하는 조직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의 외교 전략과 ‘소프트 파워’를 확산시키는 핵심 수단으로 기능해 왔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특히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미국식 가치와 문화, 제도를 전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 AI 기업 딥시크(DeepSeek)의 부상을 언급하며 “미국 산업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AI 경쟁에서의 승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엔비디아의 첨단 반도체를 포함한 미국 기술 수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기술 평화봉사단’ 구상이 중국이 남미·아프리카·유럽 일부 지역에서 도로, 발전소, 통신망 등 인프라를 구축하며 영향력을 넓혀온 전략에 대한 대응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기술기업들은 저비용 AI 솔루션과 오픈소스 모델을 앞세워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지역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실제로 중국 AI 기업 DeepSeek는 저비용·고성능 대형언어모델(LLM)을 통해 신흥국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이는 과거 중국이 추진했던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과 유사한 방식으로, 통신·AI 인프라를 중국 기업 중심으로 구축하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기술 업계 내부에서도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앞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서방 이외 지역에서 중국 AI 기업들이 미국 업체를 앞서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래드 스미스 사장은 중국의 오픈소스 AI 모델이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중국은 이제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경쟁력 있는 오픈소스 AI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OpenAI, 구글, Anthropic 등 미국 기업들은 첨단 기술에 대한 통제를 유지하며 유료 구독과 기업 계약 중심의 수익 모델을 고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저비용·개방형 모델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기술 군단’의 구체적인 참여 국가와 기존 평화봉사단 운영에 미칠 영향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 정부는 기업과 자선단체의 기부금, 그리고 2026회계연도에 책정된 약 4억1천만 달러의 의회 예산을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1차로 500명의 기술 전문가를 선발해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블룸버그는 “평화봉사단에 트럼프식 기술 전략을 부여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을 글로벌 사우스 전역에서 더욱 격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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