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이 중국의 산업 도약을 견제하기 위해 내놓은 보호주의 정책이 오히려 중국의 성장을 가속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싱가포르 비즈니스 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실린 기고문에서 “미국은 더 이상 중국의 속도를 늦출 능력이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매체는 미국 로봇청소기 업체 아이로봇(iRobot)의 몰락을 상징적 사례로 제시했다. 로봇청소기 시장을 개척하며 ‘룸바(Roomba)’로 명성을 쌓았던 아이로봇은 최근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국 선전의 로봇 기업에 인수될 예정이다. 2021년 기업가치가 35억6000만 달러에 달했던 회사가 불과 몇 년 만에 중국 자본으로 넘어간 셈이다.
기고문은 아이로봇의 위기를 단순한 경영 실패로 보지 않았다. 아이로봇은 베트남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 시장에 공급해 왔는데, 미국 정부가 올해 초 베트남산 제품에 46%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비용 부담이 급증했다. 그 결과 2025년 한 해에만 약 2300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고, 중장기 사업 계획 수립에도 큰 차질이 생겼다. 보호주의가 자국 기업에 역효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현상으로 제시됐다. 미국 시장에서 제약을 받은 중국 기업들은 다른 지역을 적극 개척했고, 그 결과 BYD는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로 성장했다. 현재 전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량의 4분의 3 이상이 중국에서 나온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미국의 수출 통제가 중국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 캠브리콘(Cambricon) 등의 성장을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기고문은 미·중의 전략적 대비도 강조했다. 중국은 국가 차원의 산업 발전 총계획을 바탕으로 여러 핵심 산업을 동시에 육성하며 글로벌 첨단기술 강국을 지향하는 반면, 미국은 단기 정치 일정에 매몰돼 일관된 산업 전략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미국 내부의 구조적 문제도 짚었다. 연구개발 예산 삭감과 인재 유치력 약화로 혁신 역량이 떨어지고 있으며, 장기간 누적된 불평등과 정치적 양극화가 정책 설계와 중장기 계획 수립 능력을 잠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고문은 “이런 환경 속에서도 아이로봇은 미국 기업으로서 지금까지 버텨온 점 자체가 놀랍다”며, 미국 산업 경쟁력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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