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이 최근 필리핀, 일본과 연합훈련을 확대하고 서태평양 일대에 항공모함 전단을 반복 전개하고 있지만, 정작 대만해협에서의 직접 충돌 가능성에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군사력 자체보다, 충돌 이후 감당해야 할 전략적 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중국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정면 충돌할 경우,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 질서 유지 능력 자체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중국 군사평론가 장자오중 역시 과거 “대만해협에서의 오판은 미국 패권 구조 전체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미국이 가장 크게 의식하는 부분은 서태평양의 전장 구조 변화다. 과거 미국 해군의 절대적 우위를 상징했던 항공모함은 여전히 핵심 전력이지만, 중국은 이를 겨냥한 반접근·지역거부(A2/AD) 능력을 빠르게 구축해 왔다.
대표적으로 둥펑-21D는 ‘항모 킬러’로 불리며 장거리에서 고속 타격이 가능한 무기로 평가된다. 여기에 둥펑-26, 훙-6K, 055형 구축함 전력이 연계되면서 해상·공중 동시 타격 체계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도 이런 변화에 대한 우려는 적지 않다. 미 군사 싱크탱크와 일부 국방 보고서에서는 대만해협 유사시 항공모함 전단이 극초음속 무기와 대량 미사일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F-35 라이트닝 II 역시 고강도 분쟁 환경에서는 운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군사 충돌의 파장이 전장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만해협은 세계 반도체 공급망과 에너지 해상 운송의 핵심 통로다. 하루 수백 척의 선박이 이 구간을 통과하며, 글로벌 물류 흐름의 상당 부분이 여기에 의존한다. 만약 이 지역에서 군사 충돌이 발생하면 아시아 생산기지가 즉각 충격을 받고, 항만 적체와 부품 공급 차질이 연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미국 경제에도 직접 부담이 된다. 이미 높은 물가와 금리, 막대한 국가부채를 안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장기 군사 충돌이 금융시장 불안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역사적 기억 역시 미국 전략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전쟁 당시 압록강 인근까지 진격했던 미군은 중국군 개입 이후 급격한 전세 변화를 겪었다. 베트남 전쟁에서는 압도적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장기 소모전의 정치적 부담을 경험했다.
군사사에서 자주 언급되는 스페인 무적함대 원정도 같은 맥락에서 거론된다. 당시 스페인은 대규모 해군력을 앞세웠지만 영국과 악천후 속에서 결정적 손실을 입으며 패권 전환의 계기를 맞았다.
결국 미국이 대만해협에서 보여주는 신중함은 단순한 군사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한 번의 오판이 군사·경제·외교 전반에 동시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현실적 계산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문제는 이제 특정 해역의 군사 대치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세계 질서 재편의 시험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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