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세계 해상 물류의 핵심 통로인 파나마운하가 다시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하면서 국제 해운시장과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영향이 주목받고 있다. 운하 당국은 선박의 최대 흘수(배가 물에 잠기는 깊이)를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하면서 화물 적재량 감소와 운송비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파나마운하청(ACP)은 최근 운항 선박의 최대 흘수를 기존 약 15.09m에서 14.94m로 낮춘 데 이어, 오는 8월 15일부터는 14.78m까지 추가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운하 설계상 최대 허용 흘수인 약 15.24m보다 낮은 수준으로, 대형 선박은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화물을 일부 내려야 한다.
특히 신(新)파나맥스급 컨테이너선은 흘수가 약 15cm 줄어들 때마다 수백 개의 컨테이너를 덜 실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송 가능한 화물량이 감소하는 만큼 선사들은 단위 운송비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조치는 2023년 사상 최악의 가뭄 당시와 비교하면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흘수 제한과 하루 통항 선박 수 축소로 선박 대기와 운항 지연, 우회 항로 증가가 이어지며 세계 물류망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준 바 있다.
파나마운하는 수에즈운하와 달리 갑문(Lock) 방식으로 운영된다. 선박은 대서양과 태평양의 높이 차를 극복하기 위해 가툰호의 담수를 이용해 여러 단계의 갑문을 오르내린다. 하지만 갑문을 통과하며 사용된 담수는 결국 바다로 흘러가 다시 호수로 회수되지 않는다. 신파나맥스 갑문 한 차례 통과에만 약 2억 리터의 담수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가뭄이 심해질수록 운하 운영은 직접적인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한 조치의 배경으로 강한 엘니뇨 영향을 지목한다. 엘니뇨가 지속되면 중미 지역 강수량이 감소해 가툰호 수위가 낮아지고, 결국 운하의 통항 조건도 악화된다. 현재 조치는 '예방적 수자원 관리' 차원으로 평가되지만, 가뭄이 장기화될 경우 추가 흘수 제한이나 하루 통항 선박 수 축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글로벌 선사들은 이미 파나마운하 운항 제한을 반영해 관련 항로 운임을 인상하기 시작했다. 선박 적재량 감소는 컨테이너당 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운송비 상승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물류비 부담은 결국 소비자 가격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다른 국제 항로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한국 역시 이번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미 동부와 중남미를 오가는 일부 수출입 화물은 파나마운하를 이용하는 만큼 운송 일정 지연이나 운임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자동차 부품, 전자제품, 화학제품 등 주요 수출 품목의 물류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당장 공급망이 크게 흔들릴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기후변화로 극단적인 가뭄이 반복되고 홍해 등 다른 해상 운송로의 지정학적 불안까지 겹칠 경우 글로벌 물류망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선제적인 물류 전략과 항로 다변화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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