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새해 첫날부터 일본 언론 사이에서 경제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엔화 약세와 외교 리스크, 성장 둔화가 겹치면서 일본이 세계 경제 순위에서 인도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본 교도통신은 1일 “엔화 약세, 침체된 관광 산업, 중국과의 외교 갈등이 겹치며 일본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경쟁에서 인도에 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에 따르면 일본은 2026년 명목 GDP 기준으로 인도에 추월당해 세계 5위 경제국으로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제 무대에서 일본의 위상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확장적 재정 정책과 실질 가처분소득 증가에 따른 민간 소비 회복을 바탕으로 올해 일본 경제 성장률을 0.9%로 전망했다. 그러나 낙관론 속에서도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즈호 리서치&테크놀로지스 고시야마 유지(越山祐資)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일본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은 엔화 약세와 중국과의 외교 갈등”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 여파로 수출이 둔화되면서 일본 경제는 지난해 7~9월 분기에 6개 분기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미·일 무역 합의로 미국 통상 정책의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되면서 2026년에는 완만한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이익이 견조하게 유지되면 설비 투자와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GDP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일본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시야마는 “엔화 약세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을 가속할 수 있다”며 “환율발 인플레이션이 물가 억제 정책 효과를 상쇄할 경우, 저성장 속 고물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교 리스크도 부담이다. 지난해 11월 취임 직후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해협 충돌을 ‘일본의 존망 위기’로 언급하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했고, 이후 양국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중국은 치안·제품 안전 등을 이유로 일본 여행·유학 경보를 발령하고 일본 수산물 수입을 중단했다. 일본 언론 일각에서는 이를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고시야마는 “중국이 자국민의 방일 자제를 촉구할 경우 관광객 감소로 이어져 일본 경제 성장과 기업 수익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이는 투자와 임금 상승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IMF는 지난해 10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일본은 이미 독일에 추월당한 데 이어, 2026년에는 인도에도 명목 GDP에서 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인도는 한발 더 앞서 있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12월 말 경제 브리핑을 통해 자국 GDP가 4조1800억 달러에 달해 일본을 넘어 세계 4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인도는 2~3년 내 독일을 제치고 3위로 도약하고, 2030년에는 GDP 7조3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쓰비시UFJ리서치앤컨설팅의 고바야시 신이치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IMF 전망의 핵심 배경은 엔화 약세”라며 “순위 하락은 글로벌 무역·경제·정치에서 일본의 영향력 감소로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의 본질은 역대 정부가 생산성 향상을 외쳤지만 실질적인 개선에 실패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교도통신은 “올여름 다카이치 정부가 내놓을 새 성장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공공·민간 투자를 통해 경제 체질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 저성장 국면에서 더욱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책임 있고 적극적인 재정’ 기조 아래 조선,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17개 전략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제일생명경제연구소의 구마노 히데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광, 탈탄소, 로봇, 자율주행 등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보다 유연한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기우치 노부히데 전 일본은행 이사는 “저출산 대응을 성장 전략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기업들이 시장 성장성에 비관적이 될 수 있다”며 “과도한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 확대는 미래 세대의 부담을 키우고 잠재 성장률을 낮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장기 재정 건전화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 자체가 일본 경제의 존재감을 지키는 핵심 성장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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