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인공지능(AI) 경쟁의 무게중심이 '성능'에서 '비용'으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 최대 IT 서비스 시장 가운데 하나인 인도에서 기업들이 미국 대신 중국의 대형언어모델(LLM)을 잇달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글로벌 AI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일본 경제매체 닛케이 아시아는 최근 인도 기업들이 AI 운영 비용을 줄이기 위해 딥시크(DeepSeek), 알리바바의 첸원(Qwen), 문샷 AI(Moonshot AI)의 키미(Kimi) 등 중국 기업이 개발한 개방형 대형언어모델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 벤처투자사 미래에셋 리스크벤처 인디아의 푸닛 쿠마르 최고경영자(CEO)는 2025년 중반 이후 접촉한 다수의 스타트업이 중국 AI 모델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AI 운영 비용을 기존보다 약 10분의 1 수준까지 절감한 사례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국 AI 모델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이다. 마이크로소프트 AI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딥시크는 입력 100만 토큰당 0.19~1.74달러, 출력은 0.51~5.4달러 수준이다. 문샷 AI의 키미 역시 입력 최대 0.95달러, 출력 최대 4달러로 비교적 저렴하다.
반면 미국 오픈AI의 GPT-5.5 계열 모델은 입력 100만 토큰당 5~12달러, 출력은 30~54달러에 달한다. 동일한 작업을 수행하더라도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비용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가격뿐 아니라 개방형(Open-weight) 구조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기업이 모델을 자체 서버에 구축해 필요한 기능만 수정하거나 최적화할 수 있고, 민감한 데이터를 외부 클라우드로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데이터 주권을 중시하는 인도 기업들에게는 이러한 특성이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인도 법률업계에서도 금융과 의료 등 민감한 데이터를 국내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중국 개방형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흐름은 인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AI 모델 사용 현황을 집계하는 플랫폼 오픈라우터(OpenRouter)에 따르면 중국 AI 모델의 이용량은 지난 6월 마지막 주 기준 한 달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일부 글로벌 기업들도 AI 운영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 모델 활용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AI 활용이 급속히 늘어날수록 기업들의 가장 큰 부담은 성능보다 운영 비용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가격 경쟁력과 개방성을 앞세운 중국 AI 모델은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고 있으며, 미국 기업들은 높은 성능이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비용 구조 개선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글로벌 AI 경쟁이 단순한 기술력 대결을 넘어 가격, 개방성, 데이터 주권을 아우르는 생태계 경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도 기업들의 선택은 이러한 변화가 이미 현실에서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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