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내셔널포커스] 중동 전쟁의 불길이 확산되며 국제 유가와 에너지 시장이 크게 요동치는 가운데, 중국은 오히려 상대적 안정세를 유지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에너지 구조 다변화와 재생에너지 기술, 그리고 산업 공급망 장악력이 결합되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있다는 평가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중동 충돌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에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며 “중국은 에너지 체계의 복원력과 청정에너지 기술, 전 산업망 자립 구조를 기반으로 ‘더 안정적인 파트너’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여전히 원유의 약 절반과 액화천연가스(LNG)의 3분의 1가량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수년간 전략 비축을 확대해 현재 약 13억 배럴 규모의 비상 석유를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여기에 이란이 “비적대 국가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보장한다”고 밝힌 데다, 러시아·투르크메니스탄과의 장기 가스 공급 계약까지 더해지면서 에너지 리스크는 상당 부분 분산된 상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중국 전체 에너지 소비 중 호르무즈 해협 차단에 직접 노출된 비중은 약 6%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대응력은 단순한 ‘비축’에 그치지 않는다. 전력 중심의 에너지 구조 전환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에너지 소비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로, 미국과 유럽보다 50%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는 유가 급등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구조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는 압도적이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부품 등 핵심 녹색 산업에서 글로벌 생산능력의 최소 70%를 장악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희토류 채굴과 정제에서도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산업 기반은 전쟁 상황에서 ‘마지막 공급자’ 역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정제 석유 순수출국이자 세계 2위 비료 수출국으로, 공급망 위기에 처한 국가들에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다. 황(硫) 등 전략 물자 비축까지 고려하면 산업·농업 전반에서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에너지 외교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의 아가트 드마레 연구원은 “미국이 사용하는 다수 무기 체계가 중국산 희토류에 의존하는 반면, 미국 비축량은 약 두 달 수준에 불과하다”며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중국이 협상 지렛대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통화 질서에도 균열 조짐이 나타난다. 도이치뱅크는 이번 충돌이 ‘페트로달러’ 체제를 약화시키고, 위안화 기반 에너지 거래 확대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소비가 달러 결제 중심의 원유에서 자국 에너지와 중국 기술로 이동할수록 위안화 국제화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도 변하고 있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에는 70여 명의 글로벌 CEO가 집결하며 공급망 파트너로서 중국의 안정성을 재확인했다. 여론조사업체 모닝 컨설트 조사에서도 중국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는 미국 대비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미국 언론들도 유사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전기차와 재생에너지가 중국의 두 가지 핵심 카드”라고 지적했고,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선 “중국의 리스크 분산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가디언 역시 “중국은 에너지·비축·재생에너지 삼각 구조로 위기에 강한 완충 능력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이 중국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구조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전쟁이 ‘리스크’인 동시에, 중국에는 ‘재편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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