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이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가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란의 보복을 촉발해 홍해까지 차단되는 연쇄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지시간 1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당국은 최근 미국 측에 해협 봉쇄 조치를 재검토하고 협상으로 복귀할 것을 요청했다. 사우디는 군사적 압박이 오히려 이란의 대응 강도를 높여 중동 전체 해상 운송망을 흔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우디가 특히 주목하는 지점은 홍해 입구에 위치한 만데브 해협이다. 이 해협은 홍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수에즈 운하로 이어지는 글로벌 물류의 핵심 통로다. 이곳이 차단될 경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해상 교역에도 직접적인 충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사우디는 일부 원유를 사막을 가로지르는 송유관을 통해 홍해로 우회 수송하며 하루 약 700만 배럴 수준의 수출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홍해 통로까지 막힐 경우 이 같은 우회 전략도 더는 의미를 잃게 된다.
앞서 이란은 중동 충돌 초기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안전을 위협하며 사실상 봉쇄 효과를 만들어냈고, 하루 약 1300만 배럴 규모의 원유 흐름에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미국은 13일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 조치를 공식화하며 대응에 나섰다. 백악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해 에너지 흐름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란의 압박 시도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직접 대응에 나설 경우 예멘 후티 반군을 활용해 만데브 해협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후티는 해당 해협 인근 해안을 장악하고 있으며, 과거에도 선박 공격을 통해 항로 운항에 차질을 준 전력이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가자지구 충돌 이전 하루 약 93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만데브 해협을 통과했지만, 이후 공격이 이어지면서 물동량은 크게 감소한 상태다.
이란 측 역시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이란 고위 인사는 최근 만데브 해협을 호르무즈 해협과 동일한 전략적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추가 압박이 이어질 경우 글로벌 에너지와 무역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우디는 후티 측으로부터 자국 및 관련 선박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 이 같은 약속이 유지될지는 불확실하다. 일부에서는 후티가 해협 통과 선박에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동 주요 산유국들은 현재의 긴장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 분위기다. 사우디를 포함한 여러 국가는 군사적 대응보다 협상을 통한 해법을 선호하며, 물밑 접촉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군 역시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자국 항구의 안전이 위협받을 경우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일대의 항만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히며, 확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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