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정상회담 공개 제안에 대해 "무례한 방식"이라고 비판하며 양국 정상 간 회담은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마련된 뒤에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장기화 속에 협상 가능성을 다시 언급하고 있지만 핵심 쟁점을 둘러싼 입장 차는 여전히 커 실질적인 돌파구 마련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대통령은 5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전체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개서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상대가 양국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만큼 러시아도 그동안 밝히지 않았던 일부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약 3주 전 러시아 경제계 인사가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으며, 당시 젤렌스키 측이 회담 개최 의사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해당 인사가 모스크바로 돌아와 회담 희망 의사를 전한 날이 5월 21일이었다"며 "그러나 다음 날 새벽 우크라이나군이 루간스크 지역 시설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회담을 이야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공개서한을 올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이 직접 만나 종전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스크바와 키이우 모두 적절하지 않다며 스위스와 튀르키예, 일부 아랍 국가를 회담 장소로 제시했다. 또한 미국과 유럽이 협상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자체보다 협상 의제와 합의안 마련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것은 일시적인 휴전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합의"라며 "먼저 갈등 해결 방안을 마련한 뒤 정상들이 이를 최종 승인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협상 재개의 토대로 지난해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 회동 당시 논의됐던 절충안을 언급했다.
러시아 측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조건에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포기, 영구 중립국화, 서방 군대의 우크라이나 주둔 금지, 돈바스 지역 문제 해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영토 보전과 안전보장을 최우선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양측의 입장 차는 여전히 크다.
이런 가운데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푸틴과 젤렌스키의 직접 회담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기자들과 만나 "두 정상이 만난다면 매우 좋은 일이 될 것"이라며 외교적 해결을 위한 대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 유리 우샤코프도 5일 러시아와 미국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측 특사들의 러시아 방문 일정도 조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공개적으로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 자체는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영토 문제와 안보 체제, 종전 조건 등을 둘러싼 견해차가 워낙 커 단기간 내 정상회담이 성사되거나 평화협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러시아는 영구적인 안보 체제 구축을 요구하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군사적 지원과 안전보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협상 과정은 여전히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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