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북한·중국이 얽힌 동북아 안보의 복잡한 방정식
[인터내셔널포커스]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면서 국제사회에서는 단순한 양안 갈등을 넘어 동북아 전체 안보 질서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만 문제가 중국과 대만 사이의 문제로 인식됐지만, 오늘날의 안보 환경은 훨씬 복잡하다. 미국과 일본, 중국과 북한, 한국과 주한미군이 하나의 전략 구조 안에서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만해협에서 발생하는 군사적 충돌이 국지전에 머무르지 않고 주변 국가들의 안보 계산을 바꾸는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일본의 역할, 북한의 대응 가능성, 그리고 1961년 체결된 북중조약의 존재는 대만해협 위기를 바라보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대만해협 위기, 왜 일본이 핵심 변수인가
대만 유사시 가장 먼저 주목받는 국가는 일본이다.
지리적으로 일본의 서남도서는 대만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오키나와현 요나구니섬은 대만과 약 110㎞ 떨어져 있으며, 미야코섬과 이시가키섬 역시 대만해협 접근로에 자리하고 있다.
최근 일본은 이 지역을 중심으로 감시·정찰 능력을 강화하고 장거리 타격 능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국 방위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중국은 이를 대만해협 유사시에 대비한 군사력 강화로 해석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일본 자위대의 직접 개입 여부보다 일본 내 미군기지의 존재다.
오키나와의 가데나 공군기지와 요코스카 해군기지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핵심 거점으로 평가된다. 만약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이들 기지가 작전 지원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직접 전투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일본 영토와 시설이 군사작전에 활용되는 순간 전략적 개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따라서 일본은 대만 문제에서 단순한 주변국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략적 연결고리이자 핵심 변수로 평가된다.
북한과 북중조약, 한반도는 어떻게 움직일까
북한은 대만 문제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다. 그러나 평양은 대만해협 상황을 단순히 양안 갈등으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오랫동안 일본의 군사력 증강과 미일동맹 강화를 안보 위협으로 인식해 왔다. 일본이 대만해협 문제에 적극 관여할 경우 이를 자신을 둘러싼 전략 환경 변화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북한이 실제로 대만해협에 병력을 파견하거나 직접 전선에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실적으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은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것이다.
미사일 시험발사, 대규모 군사훈련, 해상 활동 확대, 무인기 운용 강화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미국과 일본의 전략적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실제로 미국과 한국, 일본의 안보 연구기관들은 대만해협 위기 발생 시 북한이 한반도에서 긴장을 높여 주한미군과 미군 전력의 분산을 유도할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것이 1961년 체결된 중조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이다.
이 조약은 중국과 북한 가운데 어느 한쪽이 무력공격을 받아 전쟁 상태에 놓일 경우 상대방이 지원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를 자동 군사개입 조항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조약의 실제 적용 여부는 공격의 성격과 범위, 국제정세, 양국 지도부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지원 방식도 군사개입뿐 아니라 외교·경제·물자·정보 지원 등 다양한 형태를 포함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북중조약이 중요한 이유는 존재 자체가 전략 계산을 바꾸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이 대만해협 위기를 검토할 때 중국뿐 아니라 북한이라는 추가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마주할 가장 복잡한 안보 시험대
대만해협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가장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국가 가운데 하나는 한국이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인 동시에 중국과 긴밀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이라는 직접적인 안보 위협도 안고 있다.
만약 대만해협 충돌과 한반도 긴장이 동시에 고조된다면 한국은 안보와 외교, 경제 문제를 한꺼번에 관리해야 하는 복합적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한미연합방위태세 유지, 중국과의 관계 관리,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한 대응 등이 동시에 요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냉전 종식 이후 한국이 마주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한 안보 도전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물론 대만해협 충돌이 곧바로 동북아 전면전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국 역시 대만 문제와 한반도 문제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으며, 북한 또한 경제 상황과 국제 제재 환경을 고려할 때 대규모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일본 역시 헌법적 제약과 국내 여론, 미국과의 협의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안보 전문가들은 대만해협 위기의 가장 현실적인 위험으로 ‘확전 가능성’을 꼽는다.
북한이 직접 전쟁에 나서지 않더라도 군사훈련 확대와 미사일 발사, 해상 활동 강화 등을 통해 미국과 일본의 전략적 부담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과 중국, 미국과 북한, 한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이 동시에 높아질 경우 예상치 못한 오판이나 우발적 충돌 위험도 커질 수 있다.
결국 대만해협 문제는 더 이상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의 역할, 북한의 선택, 북중조약의 존재, 한미동맹의 대응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동북아 전체의 안보 문제로 변화하고 있다.
대만해협에서 발생한 작은 불씨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 관리와 외교적 소통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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