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과 이란이 장기간 이어진 무력 충돌을 사실상 마무리하는 평화협정 체결 절차에 들어가면서 중동 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양국은 휴전 연장과 후속 평화협상을 위한 기본 틀에 합의했으며, 국제사회는 이번 합의가 중동의 긴장을 완화하고 에너지 시장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양국이 발표한 합의 내용에 따르면 이번 협정은 현재 유지되고 있는 휴전 상태를 60일간 연장하고, 그 기간 동안 최종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전쟁으로 인한 추가 피해를 막고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첫 단계라는 의미를 갖는다.
가장 주목받는 내용은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다. 이란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운항을 보장하기로 했다. 전쟁 기간 국제 원유시장의 최대 불안 요인으로 꼽혔던 해협 봉쇄 우려가 완화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중재 역할을 맡은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든 전선에서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레바논을 비롯한 역내 무장세력과 연계된 충돌 역시 중단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오는 19일 공식 서명 절차를 마친 뒤 후속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협상 과정에서는 대이란 제재 완화 문제와 핵 프로그램 관리, 중동 지역 안보 질서 재편 등 민감한 현안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합의는 중동 전쟁의 확산을 막고 외교적 해법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미국이 당초 내세웠던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분쟁 초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강경 압박 기조를 유지하며 사실상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했다. 미국 내 강경파들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폐기, 역내 무장세력 지원 중단, 핵 개발 능력의 근본적 제거 등을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개된 합의 내용만 놓고 보면 이러한 사안들은 대부분 후속 협상 의제로 남아 있다. 이란의 정치 체제 역시 유지되고 있으며, 미국이 전쟁 초기에 강조했던 정권 압박 전략도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번 합의를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선의 선택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전면전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은 막대한 군사비 부담은 물론 중동 전역의 불안정 확대라는 위험을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반면 공화당 내 강경파와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고도 협상에서 기대했던 수준의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향후 논의될 대이란 제재 완화 문제는 미국 국내 정치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부는 이란 자산 동결 해제와 관련한 일부 보도에 선을 긋고 있지만, 평화협정이 진전을 보일 경우 일정 수준의 제재 완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이란 유화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던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충돌할 수 있다. 공화당 내부 강경 세력의 반발 역시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국제사회 역시 복잡한 셈법 속에서 이번 합의를 바라보고 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전쟁 종식 가능성 자체에는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핵 문제와 지역 안보 질서 재편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반응도 주목된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의 군사적 위협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협상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동 안보 구도를 둘러싼 미국과 이스라엘의 시각차가 향후 외교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협정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 에너지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전쟁 기간 내내 불안 요인으로 지목됐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완화되면서 시장에서는 원유 공급망 불확실성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동 정세 안정 여부는 향후 국제 유가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합의는 한국에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상당 부분이 중동 지역에서 공급되고 있으며, 대부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따라서 해협의 안전 확보는 국내 에너지 수급 안정과 물류비 부담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운업계 역시 중동 항로의 위험 부담이 낮아질 경우 운항 여건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평화협정 체결이 곧바로 중동의 항구적 안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진행될 협상에서는 이란 핵 프로그램 검증 방식과 제재 해제 범위, 역내 무장세력 문제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핵 문제는 양국 모두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사안으로 꼽힌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합의를 전쟁의 종착점이라기보다 새로운 협상의 출발선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과거 중동 지역에서는 휴전과 협상이 반복됐지만 이해관계 충돌로 갈등이 재연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번 합의가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록될지, 일시적인 긴장 완화에 그칠지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 이어질 협상 과정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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