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급속한 발전으로 2036년에는 화폐의 역할이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는 미래 전망을 내놓으면서 경제학계와 산업계에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기술이 인류를 '풍요의 시대'로 이끌 것이라는 낙관론과, 부의 분배는 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현실론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머스크는 최근 인터뷰에서 "향후 5년 안에 AI는 전 인류의 지적 능력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부분의 생산과 서비스를 담당하게 되면 재화와 서비스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희소성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이어질 경우 2036년 무렵에는 오늘날의 화폐가 갖는 경제적 의미도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의 구상은 단순한 AI 발전을 넘어 범용인공지능(AGI), 자율 생산 시스템, 로봇 자동화가 결합된 미래 경제 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인간이 노동에서 상당 부분 해방되고 생산비용이 극단적으로 낮아지면 기존 시장경제와 화폐 중심의 거래 방식도 근본적인 변화를 맞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 MIT 교수는 이러한 전망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0년 뒤 돈이 정말 의미를 잃는다고 확신한다면 지금 가진 모든 재산을 기부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제모을루의 지적은 기술 발전만으로 부의 불평등이 자연스럽게 해소되지는 않는다는 경제학적 시각을 반영한다. AI가 생산성을 크게 높이더라도 그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는 제도와 정책, 시장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자동화가 오히려 자산과 부를 소수 기업에 더욱 집중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실제로 그런 방향의 일을 할 계획이 있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그동안 전통적인 현금 기부보다 우주개발과 AI, 에너지 기술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인류 전체에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지만, 이번에는 자산 환원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논란을 더욱 키웠다.
한편 최근 글로벌 증시 변동성과 기업가치 조정의 영향으로 머스크의 순자산은 최고치였던 약 1조4천억 달러에서 약 7,150억 달러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 주가 조정과 비상장 기업 가치 변동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되면서 한때 '세계 최초의 조 달러 자산가'로 불렸던 그는 다시 '수천억 달러 자산가' 수준으로 내려왔다. 다만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산을 보유한 기업인 가운데 한 명이라는 평가에는 큰 변화가 없다.
전문가들은 AI와 로봇이 향후 수십 년 동안 생산성과 산업 구조를 크게 바꿀 가능성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화폐가 완전히 사라질 것인지, 또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 시스템으로 진화할 것인지는 기술 발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각국의 제도와 정책, 소득 분배 구조, 사회적 합의가 함께 변화해야 가능한 만큼 머스크의 전망은 미래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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