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목적이 달라지고 있다. 만리장성과 고궁 등 역사·문화유산을 둘러보는 전통적인 관광을 넘어 첨단 제조공장과 로봇, 전기차, 우주산업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이른바 ‘테크 투어(科技游)’가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중국에 입국한 외국인은 2291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0.4% 증가했다. 무비자 입국 확대와 입국 절차 간소화 등이 관광객 증가를 뒷받침한 가운데, 중국의 첨단산업 현장을 직접 확인하려는 수요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기술 전문매체 ‘레스트 오브 월드(Rest of World)’는 일부 외국인 방문객이 약 9000달러를 내고 중국의 첨단 제조공장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단순 관광이 아니라 기업과 생산시설을 찾아 제조공정과 공급망, 기술 생태계를 직접 살펴보는 일정이다.
대표적인 지역은 선전과 광저우를 중심으로 한 주장강삼각주다. 무인배송차가 도심을 운행하고 로봇과 자동화 설비가 생산현장에 투입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세계적인 전자상가로 알려진 선전 화창베이 역시 쇼핑 공간을 넘어 중국 전자산업의 빠른 제품 개발과 공급망 구조를 살펴볼 수 있는 장소로 관심을 받고 있다.
테크 투어의 특징은 완성된 첨단제품보다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주장강삼각주에는 모터와 센서, 감속기, 전자부품 등 다양한 공급업체가 밀집해 있어 부품 조달에서 시제품 제작, 양산까지 연결되는 제조 생태계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심을 보이는 방문객도 일반 관광객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술기업 관계자와 투자자, 연구자 등이 중국의 산업도시와 제조시설을 방문해 생산능력과 공급망을 직접 확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공장 견학과 산업시찰, 시장조사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관광 대상 역시 공장에서 로봇과 자율주행, 우주산업으로 넓어지고 있다. 하이난 원창에서는 로켓 발사를 직접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리는 등 우주개발 현장까지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의 산업 발전이 관광상품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을 바라보는 해외의 시선과도 맞물려 있다. 과거 중국 제조업을 상징했던 ‘세계의 공장’이라는 이미지에 전기차·배터리·드론·로봇 등 첨단 제조업의 생산기지라는 인식이 더해지면서 실제 산업 현장을 확인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테크 투어가 본격적인 관광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도 적지 않다. 첨단 제조시설은 기술유출과 보안 문제로 공개 범위가 제한될 수 있고 외국어 해설, 안전관리, 기업 견학 예약 시스템 등 관광 인프라도 갖춰야 한다. 기업 홍보성 견학과 실제 산업 체험을 어떻게 구분할지도 과제다.
그럼에도 외국인들이 상당한 비용을 들여 중국의 공장과 첨단산업 현장을 찾는 현상은 주목할 만하다. 과거의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유적을 찾았다면 이제는 중국의 산업 변화와 기술 경쟁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생산현장을 찾는 여행객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의 대상이 문화유산과 자연경관에서 산업과 기술의 현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테크 투어’의 부상은 중국 입국관광의 새로운 유행을 넘어, 첨단 제조업이 국가의 관광 이미지까지 바꾸는 새로운 실험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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