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행 공개를 놓고 서울과 키이우가 충돌했다. 한국은 비공개 합의를 어겼다며 사과를 요구했고, 우크라이나는 그런 합의가 없었다고 맞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개 사과가 없으면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말은 거칠어졌지만 두 나라가 쉽게 등을 돌리기는 어렵다. 포로 문제 뒤에는 방공무기와 북한군 전장정보, 북러 군사협력,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걸려 있다.
우크라이나가 보는 한국은 단순한 아시아의 우호국이 아니다.
러시아의 공습이 계속되면서 우크라이나에는 방공망 확충이 절실하다. 한국은 PAC-3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비롯한 방공 전력과 대규모 탄약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도 이번 포로 논란을 다루면서 이 점을 짚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군사장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직접적인 무기 지원에는 선을 긋고 있다. 키이우 입장에서는 서울과의 관계가 틀어질 경우 선택지 하나가 더 좁아질 수 있다.
한국에도 우크라이나는 남의 전쟁터만은 아니다.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싸우면서 현대전의 실전 경험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과 탄도미사일도 공급해왔다. 북한산 KN-23 계열 미사일은 실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용됐다.
한국이 확인해야 할 내용은 적지 않다. 북한군이 드론과 포병을 어떻게 운용하는지, 북한산 미사일의 성능이 실전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러시아군과 함께 싸운 경험이 북한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등이 포함된다.
러시아가 그 대가로 북한에 무엇을 제공하는지도 중요하다. 첨단 군사기술 이전 여부는 한반도 안보와 바로 연결되는 문제다.
우크라이나는 이 과정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고 있다. 전장에서 확보한 북한군과 북한 무기에 관한 자료는 다른 나라에서 얻기 어려운 정보다.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의 신병 처리 과정에서 긴밀하게 협의했던 이유도 이런 관계와 무관하지 않다.
전쟁 이후를 둘러싼 이해관계도 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해 향후 5년간 최대 21억 달러 규모의 저리 금융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활용하는 협력 틀을 마련했다.
대상도 도로와 건물 복구에만 머물지 않는다. 에너지와 산업, 교통 인프라, 농업, 디지털 분야까지 논의되고 있다. 한국 기업에는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고 우크라이나에는 전쟁으로 파괴된 국가 기반시설을 복구할 자금과 기술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쟁 중에도 한국과 경제협력 채널을 유지하는 이유다.
이번 포로 논란 이후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이 직접 움직인 것도 눈에 띈다. 그는 이번 일을 ‘사건’이라고 부르기보다 ‘외교적 오해’라고 표현했고 한국 외교당국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공개 합의가 실제 어떤 형태로 존재했는지를 놓고는 양측 설명이 여전히 다르다. 한국은 합의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있다는 입장이고 우크라이나는 합의 자체를 부인했다. 공개된 자료만으로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키이우가 갈등을 더 키우려 하지 않는 이유는 비교적 분명하다. 한국과의 관계에는 이번 포로 문제와 별개로 유지해야 할 협력 분야가 많다.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행을 공개한 한 문장이 양국 사이에 예상하지 못한 마찰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더 큰 이해관계가 있다.
러시아 전선에서 북한군의 경험은 쌓이고 있고 북러 군사협력도 계속되고 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재건을 둘러싼 한국과의 협력도 이미 시작됐다. 포로 2명을 둘러싼 외교 공방만으로 서울과 키이우의 관계를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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