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 김진곤(주중한국문화원 원장)

중국 드라마가 한국에 ‘한풍(漢風, 중국문화 열풍)’을 몰고 왔다. <견환전(甄嬛傳)>, <여상육정(陸貞傳奇)>, <난릉왕(蘭陵王)>처럼 한국에서 많은 호평을 받은 중국 드라마에 이어 최근에는 <랑야방(瑯琊榜)>이 한국 누리꾼들의 이슈로 떠올랐다. 앞서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큰 열풍을 끌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양국 사이에 상통하는 문화적 정서를 바탕으로 한 중국 드라마가 한국 대중들의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은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한국에서 중국 드라마가 이처럼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양국 간 문화적 공통점과 유사성. 둘째, 중국 드라마의 제작 수준과 퀄리티의 향상. 마지막으로는 나날이 늘어가는 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이다.

중국과 중국 문화를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한국인들의 열망은 양국 간 문화 교류에 희소식이자 국민들 간의 상호 이해와 인식, 우호적인 정서 제고에도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영화와 드라마를 비롯한 중국 영상물이 한국 영상시장에 대대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데 비해, 한국 드라마는 2015년 들어 중국 시장에서 다소 ‘시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별에서 온 그대> 이후로는 이렇다 할 화제작도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중국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의 열기가 식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딱히 이렇다 할 묘안이 없다. 여기에는 한국 드라마 특유의 촬영방식 탓도 있고, 올해 초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中國國家新聞出版廣電總局, 광전총국)에서 공포한 <온라인 해외 시청각물 관리 관련 규정에 관한 통지(關於進一步落實網上境外影視劇管理有關規定的通知)>(이하 <규정>)와도 연관이 있다.

한국 드라마는 보통 방영과 촬영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대본은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수정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살아있는’ 대본인 셈이다. 한국 드라마는 중국에서 주로 온라인 경로를 통해 방영되었기 때문에 <규정>이 나오기 전에는 별다른 제한이 없었다. 중국의 일반인 자막팀이 한국 드라마를 빠르게 업데이트한 덕에 한국에서 밤 시간 방영된 드라마가 다음날이면 중국에서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었고, 이와 같은 실시간 방영은 상당수의 시청자를 끌어 모았다.

하지만 <규정>이 발표되고 드라마 촬영 종료 후 당국의 심의를 거쳐야만 중국 온라인 사이트에서 방영이 될 수 있게 되자, 이 과정에서 생긴 대략 6개월의 긴 시간차 동안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이 분산되어 버려 예전처럼 열풍이 형성되기 어렵게 되었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사그라든 또 다른 원인은 바로 수적 규제이다. <규정>에서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방영할 수 있는 수입 드라마의 비중이 사이트 총 방영횟수의 3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고 양국 간 상품무역 규제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만큼 중국 영상시장도 앞으로 점점 더 개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아직 성숙하지 못한 중국의 드라마 시장을 보호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알린다는 중국 측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한중 양국 간의 문화교류 촉진을 위해서는 앞으로 중국 영상시장의 규제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야만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은 인터넷상의 해외드라마 불법 업로드를 단속하는 등 저작권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에 대한 보호없이 문화 발전을 이룩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중국정부 차원에서 저작권 보호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또한 문화 산업투자기금을 설립해 한중 합작영화나 드라마, 프로그램 등에 대한 투자가 더욱 전문화된 경로와 업계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전문 합작프로젝트 연구센터를 설립해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동시에 양국 문화산업정책연구협의회를 설립해 한중문화교류 관련 정책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제각각 진행되던 양국의 영상제작이 공동제작을 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것은 매우 큰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중국과 한국은 영상물 제작과 관련한 각기 나름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중국은 천년이 넘게 전해 내려온 문화적 전통, 고사와 전설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으며 인적자원과 자금력도 풍부하다. 또 거대한 문화시장도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 한류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한국문화 열풍의 경험과 전문 매니지먼트사, 트레이닝 시스템, 그리고 한국인들만의 독특한 문화적 기질과 창의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은 서로 가까운 문화와 정서로 인해 영상 분야에서의 합작이 여타 국가들보다 더욱 수월해 손발이 ‘척척’ 맞을 가능성이 높다.

각자의 장점을 결합해 동아시아를 기반으로 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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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지는 ‘한풍’, 냉랭해지는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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