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선수·관료까지 줄줄이 법정에…이제는 판정 논란까지 수면 위로
- 외국인 심판 전면 도입한 중국 슈퍼리그, 진정한 쇄신인가 ‘눈 가리기’인가
“이제 축구도 믿을 수 없다.”
중국 축구 팬들 사이에서 최근 자주 들리는 말이다. 단순한 성적 부진이나 경기력 문제가 아니다. 중국 축구가 오랜 기간 묵인해온 불투명한 판정, 정치화된 운영, 그리고 구조적 부패가 마침내 폭발하고 있다.
그 단면이 바로 ‘심판 해외 수입’이라는 전대미문의 조치다. 중국축구협회는 오는 8월 9일 열리는 상하이 선화와 상하이 하이강의 상하이 더비에 EPL 출신 외국인 심판 사이먼 매들리(Simon Madley)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주심으로 배정됐던 중국의 대표 심판 마닝(马宁)은 교체됐다. 과거 상하이 더비에서 그가 내린 편파적인 판정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것이 이유였다.
이는 최근 중국축구가 마주한 구조적 위기의 축소판에 가깝다. 단순히 ‘공정한 심판’을 위해 외국인을 부른 게 아니다. 축구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 특히 심판 판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축구판 사법농단’…심판도, 감독도, 관료도 법정으로
중국 축구의 위기는 하루아침에 찾아온 게 아니다. 이미 2023년부터 중국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는 중국축구협회를 정조준한 대대적인 반부패 수사를 벌여왔다. 그 결과 축구협회 전 회장 천시위엔(陈戌源), 국가대표 감독 리티에(李铁), 심지어 전 국가체육총국 부국장까지 구속되며 충격을 안겼다.
이들은 모두 승부 조작, 뇌물 수수, 승강제 조정 개입 등 각종 범죄에 연루됐다. 리티에 전 감독의 경우, 국가대표 선발과정에 돈을 받고 선수를 발탁한 혐의까지 불거졌다. 이 사건 이후 “중국 대표팀은 돈 없으면 못 간다”는 말이 농담처럼 떠돌 정도였다.
그 가운데 판정 논란은 일종의 ‘시스템 병’으로 여겨졌다. 심판은 특정 구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였고, 승부는 경기장에서가 아니라 회의실에서 결정된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지난 시즌 항저우전에서 벌어진 ‘유령 페널티킥’ 사건은 그 상징적 장면이다. 명백한 반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PK가 선언되며 리그 판도가 바뀌었고, 심판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외국인 심판 투입…“쇄신이냐 쇼냐”
이에 중국 슈퍼리그는 최근 외국인 심판 도입을 본격화했다. 지난 8월 2일, 청두 룽청과 산둥 타이산의 경기에 처음으로 외국인 주심이 배정됐다. 경기 후 “판정이 깔끔했다”, “이제야 스포츠 같다”는 평이 이어졌고, 중국축구협회는 이를 계기로 주요 경기부터 외국인 심판을 전면 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냉소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외국인 심판이 일부 경기에서 공정한 판정을 내린다 한들, 심판을 배정하는 시스템과 축구 행정을 장악하고 있는 관료 권력은 그대로다. 눈에 띄는 변화 없이 ‘외부 이미지 개선용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국축구의 많은 시스템은 여전히 ‘관료주의’에 발목이 잡혀 있다. 선수 선발과 승격 시스템은 정치적 고려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구단 운영은 기업의 생존 논리에 종속돼 있다. 2022년 선전FC의 리그 중도 해체는 단지 재정난 때문이 아니라, ‘정책 비협조’에 따른 철수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젠 문을 열어야 할 때…중국축구, 세계화의 첫 걸음?”
일각에서는 이번 외국인 심판 도입이 중국축구의 ‘국제화’로 가는 긍정적 신호라는 평가도 나온다. 주요 유럽 리그 출신의 심판들을 통해 선수들이 보다 명확한 규칙과 판정 기준을 학습할 수 있고, 향후 국제 대회에서도 적응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축구 전문가 리보(李博)는 “중국축구는 그동안 자신들만의 논리, 폐쇄된 구조 속에서 리그를 운영해 왔다”며 “이번 개방 조치가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진다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구조 개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전제는 분명하다. 단순히 ‘외국인 심판’으로 공정성을 위장할 것이 아니라, 감독 선임, 선수 선발, 리그 운영, 협회 의사결정 등 전반에 걸친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 심판만이 아니라 제도와 문화, 그리고 책임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는다면, 중국축구는 또다시 "문 닫고 혼자 노는 리그"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외국인 심판 도입은 첫 단추일 뿐이다. 시스템과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판정만 공정해져도 리그는 나아가지 못한다.
진정한 쇄신은 내부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지금 중국축구에 필요한 것은 ‘더 나은 심판’이 아니라, 더 나은 리그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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