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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굴기’는 실패했다…중국, 이제 아마추어에 열광

  • 허훈 기자
  • 입력 2025.07.2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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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투데이] “중국 축구팬이 된다는 건 인내심과 회복탄력성, 그리고 약간의 자학적 유머 감각을 요구하는 일이다.” 마케팅 리서치 전문기관 차이나 스키니(China Skinny)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 축구의 현실을 이렇게 묘사했다. 한때 ‘축구 굴기’를 외치며 국가 차원의 대대적 투자를 받았던 중국 축구는 오늘날 국제 무대에서 철저히 고립됐다. 팬들은 부진한 성적과 반복되는 스캔들 속에서도 팀을 응원해왔지만, 희망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수십억 위안(수조 원대)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축구를 개인적인 애정 이상의 전략 자산으로 여겨왔다. 축구를 통해 국격을 높이고,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연성 권력(soft power)’의 상징으로 삼겠다는 목표였다. 월드컵 본선 진출은 물론, 대회 유치와 우승까지 염두에 둔 야심이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각급 정부는 유소년 축구 센터와 스타디움, 엘리트 아카데미를 대거 조성했고, 세계적 선수와 외국 감독을 초청했다.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등 글로벌 브랜드도 중국 축구에 스폰서십과 마케팅으로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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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국가대표팀은 1998년 FIFA 랭킹 37위였으나, 2025년 현재 94위까지 떨어졌다. 이는 인구 200만 명도 안 되는 적도기니보다도 낮은 순위다. 차이나 스키니는 “1998년 이후 중국의 GDP는 19배 성장했고, 평균 19세 남성의 키도 7.5cm가량 커졌지만, 축구만은 뒷걸음질 쳤다”고 지적했다. 더 나은 자원과 체력, 재정이 확보된 상황에서도 성적은 퇴보한 셈이다.
 
하지만 팬들의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단지 방향이 바뀌었을 뿐이다. 국가대표팀이나 프로 리그 대신, 팬들과 기업들은 자신이 사는 도시나 마을의 아마추어 팀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차이나 스키니는 “중국 축구 팬들은 적응력이 있다. 그 열정은 사라지지 않고 지역 리그로 옮겨갔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쑤성에서 시작된 ‘장쑤 도시 슈퍼리그(苏超城市联赛)’다. 쉬저우, 옌청, 창저우 같은 도시가 팀을 구성해 아마추어 리그를 열었고, 이 리그는 SNS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틱톡에서 ‘#장쑤시티리그’ 해시태그는 조회 수 1억을 넘겼다. 해당 리그는 현재 중국 전역의 주류 언론에서도 소개되며, ‘진짜 축구의 부활’로 불리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기업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아우디, 하이네켄, 알리바바 산하 브랜드들이 개별 팀을 후원하기 시작했는데, 단순히 유니폼에 로고를 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정서와 유머 감각을 살린 ‘현지화 마케팅’이 핵심이었다.
 
예를 들어, 타오바오는 창저우 팀의 후원사가 됐는데, 이 팀은 시즌 초반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해 ‘영(零)주’라는 별명을 얻었다. 타오바오는 이를 숨기지 않고 ‘제로 요금’ 이미지와 연결해 자조적 광고 캠페인을 벌였다. 화베이(花呗)는 샤오훙슈(小红书)에서 “어느 팀을 후원할까요?”라는 설문을 돌려 우시 팀을 선택하면서 팬과의 소통을 중심에 뒀다.
 
차이나 스키니는 이 지역 리그의 인기가 오늘날 중국 소비자와 시장의 특성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한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유머는 통한다. 특히 자기비하적이거나 지역 밈을 활용한 콘텐츠는 진정성과 유대감을 높인다”고 밝혔다. 또한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해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마케팅이 강한 반응을 얻고 있으며, 지방 도시의 정체성과 자부심은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상업적 자산이 됐다”고 덧붙였다.
 
외국 브랜드가 더 이상 국가대표팀이나 유명 선수와의 제휴에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시장의 새로운 기회는 지역 콘텐츠, 일상의 언어, 지역 커뮤니티와의 유대 속에 있다는 것이다. 차이나 스키니는 “중국의 기회는 더 이상 ‘높은 곳’에 있는 게 아니다. 넓고 깊은 지역의 이야기 속에서 브랜드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중국 축구의 미래는 더 이상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대형 스타디움이 아니라, 이름 모를 지방 도시의 흙구장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축구도, 팬도, 브랜드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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