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또 이겼다고?” “연변, 요즘 미쳤네!”
2025년 여름, 중국 갑급리그(中甲) 팬들의 온라인 공간은 ‘연변 홈 9연승’이라는 말로 가득 찼다. 연변룽딩(延边龙鼎)은 자그마한 연길시 인민체육장에서 9경기 연속 홈 승리를 이어가며, 그야말로 ‘중국판 안필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창단 6년 차의 ‘신생팀’은 어떻게 중간 규모 리그의 최강 홈팀으로 떠올랐을까. 해답은 전술과 열정,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응원 문화가 어우러진, 연변만의 축구 DNA에 있다.
연변은 ‘축구의 고장’으로 불리는 동북지방의 심장부다. 2019년 창단 당시엔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 지역에선 축구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생활 그 자체다. 동네 골목마다 공을 차는 아이들이 넘쳐나고, 경기장에 가득 찬 관중은 단지 구경꾼이 아닌 팀의 동반자다. 팬들의 열기는, 상대팀 선수는 물론 심판조차 압도할 만큼 거세다.
이 분위기를 지휘하는 사령탑은 한국 출신의 리기형(李基珩) 감독. 조용한 성격 탓에 부임 당시 기대는 크지 않았지만, 그는 실속 있는 전술로 팀을 하나로 묶었다. 화려함보다 짜임새를 중시한 그의 축구는 탄탄한 수비와 빠른 역습, 날카로운 세트피스로 빛을 발했다. 그는 “수십 년 감독 생활 중 이렇게 열광적인 홈 분위기는 처음”이라며 “팬들이 마치 추가 코치처럼 경기장을 흔든다”고 말했다.
연변의 ‘기적’은 단순히 성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관중 2만여 명이 만들어내는 응원은 3~4선 도시 기준으로는 믿기 힘든 규모다. 원정팀에게는 공포의 공간, 홈팀 선수들에게는 자부심의 원천이 된 이 공간은, 고가의 외국인 선수 없이도 성과를 내는 ‘로컬 성공 모델’로 주목받는다.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평균 52%의 점유율, 78%에 달하는 패스 성공률, 경기당 실점 1골 미만. 득점도 경기당 1.5골을 기록 중인데, 그 절반 이상이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 조직적이고, ‘운빨’이라기엔 너무 실속 있다.
일각에선 이 상승세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곧 맞붙을 ‘강호’ 랴오닝톄런(辽宁铁人)전에서 꺾일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하지만 연변은 이미 자신들의 존재를 중국 축구 지도에 선명하게 새겨 넣었다. 막대한 자본 없이도, 지역 밀착과 꾸준한 유소년 육성만으로도 프로 무대에서 이변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경기 날이면 야시장 상인은 매출로 웃고,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연변 선수들의 세리머니를 따라 하고, 동네 어르신들은 밥상머리에서 포메이션을 두고 논쟁을 벌인다. 작은 도시 하나가 축구 하나로 들썩이는 모습이다. 과연 중국 축구는 꼭 거대 구단, 대도시만의 전유물일까?
연변이 증명한 것은 명확하다. 이야기가 있고, 열정이 있고, 지역의 숨결이 배인 팀이라면, 어떤 도시든 그라운드 위에서 빛날 수 있다는 것. 다음 ‘기적’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대답은 그 도시 사람들의 꿈과, 공 하나에 담긴 진심 속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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