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화
내 휴대폰화면에 슬라이드로 지나가는 문구다.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되던 어느 날엔가 나는 이런 문구를 휴대폰화면에 넣고 있었다. 서로 다른 문화에 차이에 부대끼고, 힘든 일에 지쳐가고, 가족도 그립고, 설상가상으로 한국에 온 이튿날에 화장실문에 새끼손가락을 끼여 손톱 하나가 빠져나간 채로 일을 해야만 하던 극한의 상황속에서였다.
중국조선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어봤을 코리안 드림, 열악한 환경속에서 고된 일을 해야 하고, 수모와 냉대가 아무리 빗발친다고 떠들어도 코리안 드림을 향한 그 거센 물결을 막을 수 없는 것은 아무래도 임금의 차이가 아닐까, 거기에 내 조상의 뿌리가 있는 고국이라는 점이 포인트를 더해 코리안 드림의 유혹은 한국 문이 열려서부터 지금까지 빛을 바래지 않고 있지를 않는가!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다섯 살 배기 아들애의 손을 놓기가 죽기보다 싫었음에도 나는 사증도장이 찍힌 여권을 들고 회심의 미소를 짓지 않았던가?!
사람이 살아가는데 돈보다 소중한건 얼마든지 있다는 말을 나는 찬성한다. 그렇지만 또한 돈보다 더 소중한 것도 없다는 말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만큼 돈이라는 이 매개물은 때론 어마어마한 위력을 갖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튼 나의 한국행도 예외는 아니였다. 과연 내가 한국이라는 땅에 가서 가장 힘든 3D업종 밑바닥에서 적응해 낼 수 있을 거라는 걱정도 앞섰지만 남하는데 내가 못 하랴는 배짱 하나를 가지고 떠난 터였다.
이제 활은 이미 시위를 벗어 난지 오랜 터, 내겐 앞으로의 질주만 있어야 할뿐 후퇴는 있을 수 없는 상황이였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식당일, 그것도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정신없이 뛰어야 하는 자장면 집 서빙일, 손님들의 이런저런 잔소리와 뜬금없이 툭툭 쏘아대는 주인들의 핀잔에 몸과 마음이 매일 매일 혹독한 고문을 견디는 격이였다.
잠간 짬이 나서 밖을 내다보면 엄마가 가는 뒤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아들애를 재워놓고 밤중에 도망치다 싶이 비행기를 타버린 생각에 가슴이 미여졌다. 당금이라도 엄마 하고 아들애가 달려올 것만 같아 눈물이 나던 그 나날, 나는 나 스스로 희망의 빛을 내게 던지기로 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그것은 그 혹독한 시련 같은 나날을 견디어 내야 한다는 나 스스로의 각오이기도 했고, 나보다 더 마음이 아플 아들애와 남자의 몸으로 아들애를 돌보며 나 못지않게 고생하고 있을 남편에게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오늘을 이겨나가야만 내일에 웃을 수 있다는 어떤 결의 같은 것이였다.
그럭저럭, 눈이 내리던 새벽에 길을 떠난 지가 어제 같은데 봄, 여름 가을이 지나고 또 다시 눈발이 흩날리는 겨울이 도래했다. 한국 땅에 발을 들여 놓은 지도 십여개월, 이제 환경에도 적응이 되었고 일도 손에 익었다. 새끼손톱도 새로 자라나 거짓말같이 원상복귀 되었다.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이리라.
지금 한국에 온 중국조선족을 비롯하여 세계가 경제위기로 고난을 겪고 있다. 특히 한국에 있는 중국조선족들은 지난해에 비해 반으로 훌쩍 줄어든 환율로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고 있다. 나 역시 같은 처지이기에 그 마음을 잘 안다. 하지만 걱정한다고, 한숨을 쉰다고 머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나 혼자의 고난도 아닐진대, 우리가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한, 내가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한, 모든 것은 지나가고 반드시 밝은 빛이 우리 앞에 도래할 것임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세상에는 영원한 행복도 영원한 슬픔도 없지 않을까?! 모든 건 잠간 우리 곁에 손님처럼 머물고 지나 가는게 세상사가 아니던가? 행복에도 100% 도취되지 말고, 슬픔에도 완벽하게 절망하지 않는, 모든 건 지나가리라는 0도 심리로 세상을 사는 것 또한 삶의 한 지혜가 아닐까?!
힘든 오늘을 사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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