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한국과의 동아시아컵 첫 경기에서 중국 축구대표팀이 또다시 무너졌다. 전반 20분 만에 두 골을 내주고, 후반에는 세트피스 수비에서 허망하게 한 골을 더 내줬다. 기술·전술·정신력, 어느 것 하나 버틸 수 없었던 참패였다. 그러나 경기보다 더 치열했던 전장은 온라인이었다. 경기 종료도 전에, 대표팀 감독을 비판한 기자의 SNS에는 수천 개의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 “또 감독 탓이냐”, “수치도 모른다”는 격한 반응이었다.
중국 축구에서 패배가 반복될 때마다 등장하는 익숙한 풍경이다. 누군가는 감독을 비판하고, 누군가는 그런 비판조차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늘 마지막엔 같은 말이 남는다. “감독을 바꾸면 나아질까.”
사실 감독은 이미 숱하게 바꿔왔다. 리피, 마르첼로, 양코비치, 이반코비치… 이름만 거창했을 뿐 결과는 도돌이표였다. 평균 재임 기간은 2년도 되지 않고, 가장 짧았던 이는 고작 10개월 만에 짐을 쌌다. 하지만 성적은 제자리였고,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감독이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5년 중국축구협회는 대대적인 비리 수사를 통해 120건의 승부조작을 적발했고, 40개 이상의 구단이 연루돼 수십 명이 영구 제명됐다. 축구 팬들은 비판한다. “뿌리 썩은 나무에 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환상”이라고.
감독의 전술이 문제가 아니라, 그 전술을 수행할 선수들의 수준이 문제라는 목소리도 크다. 일본은 등록된 선수 수만 100만 명이 넘지만, 중국은 10만 명에도 못 미친다. 기본기가 부족하고, 압박이 들어오면 흔들리는 실력을 놓고 “그 어떤 명장이 와도 소용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신력은 더 문제다. 클럽에서는 생동감 있게 뛰던 선수들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면 무기력해진다. 팬들은 “대표팀에선 영혼이 없다”고 비판한다. 여기에 귀화 정책의 실패, 프로 리그의 붕괴, 청소년 축구의 빈약함까지 더해진다. 문제는 단순한 전술이나 교체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라, 축구라는 시스템이 통째로 망가져 있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칼날은 여전히 감독을 향한다. 왜일까. 그는 가장 쉽게 바꿀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책임지는 척하기 좋은 표적이고, 변화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제스처다. 하지만 실상은 변하지 않는다.
2024년 국가체육총국 감사 결과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축구협회의 구조적 부패, 관리 체계의 실패, 감독 선임의 비전문성까지 총체적 난국이었다. 청소년 선수들은 1년에 30경기도 뛰지 못하고, 클럽팀은 해체와 파산을 반복하며 리그는 점점 무너지고 있다. 그 와중에도 협회는 비판 댓글을 차단하며 눈과 귀를 막는다.
경기 후, 수많은 “감독 해임” 댓글 속에서 한 팬의 글이 주목을 받았다. “감독은 바꿀 수 있지만, 우리가 진짜 바꿔야 할 건 그가 아니다. 문제는 모두가 알고 있다. 다만, 인정하면 절망뿐이니 외면할 뿐이다.”
그리고 또 다른 팬의 글. “2002년 아버지와 월드컵을 봤다. 아버지는 ‘내 생애 다시 한 번 중국 본선 진출을 보고 싶다’고 하셨다. 올해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다.” 지워지지 않은 그 댓글 하나가, 20년을 허비한 중국 축구의 초라한 민낯을 상징한다.
감독 교체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축구가 아니라, 그것을 붙들고 있는 구조와 사람들이다. 그 현실을 마주하지 않는 한, 중국 축구의 침몰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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