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이 “미국과 이란이 충돌할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중국”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이, 테헤란의 폐허가 된 거리에서는 한 청년이 무너진 벽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에겐 시간이 있고, 제국에겐 최후통첩뿐이다.” 이 짧은 문장은, 대결 국면의 중심에서 중국을 지목하는 서방의 담론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게 한다. ‘중국 최대 피해자론’은 결국, 흔들리는 패권의 그림자가 자아낸 불안의 반영일 뿐이다.
에너지 지형 바뀌는데, 여전히 호르무즈만 바라보는 미국
미국 언론은 줄곧 “중국 석유 수입의 50%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고 강조하며, 이 해협이 봉쇄될 경우 중국이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정작 같은 수치를 미국에도 적용하면 중동 의존도는 60%에 달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후티 반군의 드론 세 기가 미 항모 ‘니미츠’를 200km 후퇴시킨 사건처럼, 미국도 결코 이 해역에서 안정을 장담할 수 없다.
반면 중국은 이미 에너지 수급의 다변화 전략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미얀마를 경유하는 송유관은 매년 2200만 톤의 원유를 내륙으로 끌어들이고 있으며, 러시아와의 동부 천연가스 라인은 중동 의존도를 실질적으로 줄이고 있다. 여기에 2024년부터는 사우디의 대중 원유 수출 60%가 위안화로 결제되면서, 달러 중심의 석유 거래 체계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화석연료 자체의 의존도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내몽골 사막지대에서는 세계 최대의 태양광-사막화 방지 복합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으며, 칭하이성에서는 대규모 태양열 발전소가 사막의 태양을 전력으로 전환 중이다. 전기차의 보급률은 45%를 넘기며, 중국의 원유 수입 의존도는 73%에서 65%까지 떨어졌다. 에너지 전환의 흐름 속에서, 호르무즈 봉쇄론은 오히려 과거에 머문 이야기처럼 들린다.
“중동 투자 날아간다”? 분산 전략으로 맞서는 중국
일부 서방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란에 약 400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 계약을 맺었기에 전쟁이 나면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역시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중국은 이미 중동 전역에 투자처를 다변화해 왔다. 사우디 주베일 항구에서는 연간 1500만 톤 규모의 석유화학 단지가 가동 중이며,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중국이 구축한 디지털 허브가 실크로드를 광섬유로 연결하고 있다.
또 하나의 결정적인 변수는 금융이다. 중국과 이란 간 무역의 35%는 이미 위안화로 결제되고 있으며, 이란산 원유는 자국 통화 교환협정을 통해 미국의 달러 기반 국제결제망(SWIFT)을 우회해 들어오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란 폭격에 투입될 국방 예산을 마련하는 데 골몰하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록히드마틴의 F-35 전투기 생산라인을 사실상 마비시킬 수 있는 지렛대를 쥐고 있다.
이란 고위 관료는 최근 “중국의 대이란 투자 전략이 페르시아만에서 카스피해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새로운 전략은 중-키르기스-우즈베키스탄 철도망과 연결되고 있으며, 중국 유조선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육로로 방향을 바꾼 상황이다. 전쟁이 촉발될 경우에도 중국은 새로운 에너지 루트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 방위 공백과 미국 내부 균열
미국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제2의 리비아로 만들 수는 없다”고 외치지만, 정작 군사 전략가들은 “이란 공습을 위해서는 아태 지역 병력의 60% 이상을 전환해야 하며, 이는 태평양 방위의 공백을 의미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항모가 바시해협을 통과하며 과시하듯 항해하더라도, 이 노후 전함은 이미 안전 한계선을 넘어선 상황이다. 새로운 항모 건조는 늦어지고, 미군의 전력은 분산과 노후화로 허덕이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전쟁에 대한 반발은 커지고 있다. 오하이오의 농민들은 “전쟁보다 싼 기름이 필요하다”며 거리로 나섰고, 의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드물게 손을 맞잡고 “의회 승인 없는 대이란 공격은 불법”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5.4%를 넘기고, 연방 부채는 35조 달러에 육박했다. 주식시장에서 군수 산업주가 폭락하는 이면에는 전쟁에 대한 불안과 회의가 자리 잡고 있다.
‘고립된 중국’? 외교·군사 협력 망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사우디는 이미 대중 석유 거래의 28%를 위안화로 전환했고, 독일의 바스프는 러시아와의 잔여 송유망 협상을 재개했다.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은 G7 정상회의에서 “폭격으로 정권을 바꾸자? 이라크가 그렇게 되었나?”라며 미국의 군사적 해법에 공개 반기를 들었다. 이처럼 미국의 동맹 체계는 내부로부터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중·러·이란은 ‘안보纽带(연결) 2025’라는 이름으로 합동 군사 훈련을 벌이고 있으며, 제네바 회담에서는 이란 외무장관이 “중국과 러시아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는 중동 문제에서 중국이 배제될 수 없다는 현실을 상징한다. 미국이 “중국은 고립될 것”이라 경고할 때, 이미 러시아의 S-400 미사일은 페르시아만을 겨누고 있다.
전쟁의 위협, 그러나 중심축은 이미 바뀌고 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무력 공격이 중국과 대만 해협까지 위축시킬 것이라 주장하지만, 동풍-26 미사일의 사거리는 괌부터 페르시아만까지를 커버한다. 동시에 전장에서 두 개의 전쟁을 치를 수 있다는 미국의 오랜 전략은, 현실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호르무즈 해협 아래에는 이란의 2000여 기의 반함미사일이 발사를 기다리고 있고, 베이징에서는 중·러·이 세 나라의 에너지 결제 시스템이 가동을 앞두고 있다. “중국이 최대 피해자”라는 프레임은 결국 미국 내부의 불안이 낳은 정치적 도구일 뿐이다. 거대한 패권의 구조 속에서, 위기를 넘는 길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 조용히 닦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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