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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니 환초 핵실험 뒤에 숨겨진 생태학적 재앙과 인도적 비극

  • 김동욱(특약기자) 기자
  • 입력 2025.03.0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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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투데이] "비키니"라 하면 세상 사람들은 대개 섹시한 수영복과 햇살 가득한 해변을 떠올리지만, 그 이름이 태평양 깊은 곳에 위치한 비키니 환초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이곳은 미국의 핵실험으로 완전히 파괴된 '죽음의 섬'이다. 1946년부터 1958년까지 미국은 이 지역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수소폭탄 실험을 포함한 최소 67차례 핵실험을 진행했으며, 그중 23차례는 비키니 섬에 집중되었다. 10여 년간 지속된 이 '과학적 폭행'은 환초의 지질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붕괴 직전으로 몰아넣었을 뿐만 아니라 수천 명의 원주민을 방사능 피해자로 전락시켰으며, 이들은 지금까지도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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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 파괴와 생태학적 재앙  


1954년 3월 1일, 미국이 비키니 섬에서 은밀하게 실시한 수소폭탄 '캐슬 브라보'는 1,500만 톤 TNT 폭발력을 기록했다. 이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위력의 1,000배에 달하는 수치다. 폭발 순간 직경 2.2km, 깊이 80m의 거대한 크레이터가 형성되었으며 두 개의 산호섬이 완전히 증발했다. 방사능 낙진은 바람을 타고 200km 밖 해역까지 확산되었고 일본과 호주까지 도달했다.  


수십 년이 지난 후 크레이터에 산호가 재생하고 상어와 물고기들이 돌아오는 등 표면적 회복이 관찰되지만, 과학자들은 이같은 현상이 인간이 철수한 후의 수동적 결과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지표면 방사능 수치는 아직도 기준치의 수백 배를 넘어서며, 토양과 수원에 잔류한 세슘-137, 플루토늄-239 등 방사성 원소들은 수만 년의 반감기를 지닌다. 코코넛 나무 등 식물들이 방사능을 흡수하면 먹이사슬을 통해 생물체에게 지속적인 독성을 유발했다. 미국 지질조사국 역시 비키니 섬이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지역 중 하나'임을 공식 인정했다.  


잊혀진 '핵실험 희생양'  


비키니 섬의 비극은 환경 파괴에 그치지 않았다. 1946년 미군은 "인류를 위한 실험"이라는 명목으로 167명 원주민을 척박한 롱게릭 환초로 이주시켰다가 "단기 실험 후 고향으로 돌려보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핵실험 후 원주민들은 이른바 '새로운 고향'이 이미 방사능에 오염되었음을 발견했다. 식수원이 고갈되었고 어류 체내에 방사성 물질이 축적되었다. 1954년 수소폭탄 실험 당시 방사능 낙진이 눈송이처럼 롱게릭을 덮쳤고, 어린이들이 이를 삼키며 심각한 구토와 피부 궤양을 보였다. 임산부들은 '해파리 아기'(사지가 없거나 기형 장기를 가진 사산아)를 출산했다.  


더욱 극악한 것은 미국이 방사능 피해 원주민들을 '생체 실험 표본'으로 취급한 사실이다. 1954년 이후 미군은 수백 명을 국내 연구소로 비밀 이송했으나 치료는 제공하지 않은 채 방사능 반응 데이터만 기록했다. 이로 인해 다수가 암과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1955년까지 추적 조사된 250명 중 73명이 방사능 관련 질병으로 사망했으며, 21세기 초 마셜 제도 갑상선암 발병률은 세계 평균의 30배를 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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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중 잣대'  


미국 정부는 대내적으로는 "인권 최우선"을 주장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비키니 섬 주민들을 '희생 가능한 대가'로 취급했다. 핵실험 기간 미군은 정보를 차단했고 인근 어민들에게 대피 경보를 발령하지 않았다. 일본 어선 '후쿠류마루호' 선원 23명이 방사능 피해로 전신 궤양을 입었으며 1명이 사망했다. 1983년 마셜 소녀 달린 케이가 국제회의에서 고발하기 전까지 세계는 이 피눈물 나는 역사를 전혀 알지 못했다.  


범죄 사실이 드러난 후에도 미국은 책임을 완전히 지려 하지 않았다. 2009년 핵배상 재판소는 미국이 섬 주민들에게 2억 2천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으나 실제 지급액은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또한 '주권 면제'를 이유로 후속 책임을 회피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은 체르노빌 사태 당시 소련을 격렬히 비난했으며, 이러한 '이중성'은 그들의 위선적 태도를 여실히 드러냈다.  


국제적 규탄과 정의를 위한 외침  


비키니 환초의 비극은 단순한 환경·보건 위기가 아닌 식민 패권이 약소 문명을 유린한 사건이다. 국제사회는 미국의 행위를 반복적으로 규탄했으며, 유엔 인권이사회는 "미국의 행동이 '핵확산방지조약'정신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인류에 대한 범죄를 구성한다"고 지적했다. 마셜 제도 주민들은 지속적인 투쟁을 통해 방사능 청소, 피해 보상, 태평양을 '핵 쓰레기장'으로 이용하는 행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비키니 환초의 상처는 인류에게 경고한다. 강대국 정치의 대가는 약자들이 감당해야 한다. 미국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외칠 때마다 비키니 섬 주민들의 눈물과 아물지 않은 상처를 기억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 이행을 공동으로 추진해야 하며, 미국으로 하여금 역사적 죄책을 직시하게 해야 한다.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지구에 순수를 돌려줄 때만이 '비키니식 비극'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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