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양의 37억원 베팅 — 축구, 도시 정체성의 정치화"
[동포투데이] 중국 축구에 다시 정치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요녕성 심양시가 지역 구단 ‘요녕 철인(辽宁铁人)’을 살리겠다며 1900만 위안(약 37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지방정부가 앞장서 구단 운영을 주도하는 ‘당(党)의 축구 관리’가 노골화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스포츠 지원이 아니라, 지역 자존심과 체제 관리가 뒤엉킨 중국식 축구 현실을 드러낸다.
리펑위 심양시 공산당 부서기는 중국중앙방송(CCTV) <축구의 밤>프로그램에서 “직업화 이후 대련은 독보적인 존재였다”고 토로했다. 과거 ‘10관왕’으로 불리던 요녕 구단은 해체됐고, 대련은 여전히 8차례 리그 우승을 자랑한다. 한쪽이 몰락하는 동안 다른 한쪽은 도시 정체성으로 ‘축구’를 새기며 살아남았다. 심양시가 철인 구단을 향해 혈세를 투입하는 이유는 단순한 성적 문제가 아니다. 당 조직이 직접 나서서 ‘지역 축구 부흥’을 정치적 과제로 삼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심양의 지원은 이례적으로 세세하다. 상반기에만 450만 위안(약 8억원)을 직접 구단 계좌에 넣었고, 홈구장 사용료와 운영비까지 정부가 부담했다. 그러나 대련과의 격차는 분명하다. 대련은 지난해 3000만 위안(약 58억원) 보조금에 4억5000만 위안(약 870억원) 규모의 스타디움 개보수를 집행했다. 유소년 저변도 확연히 다르다. 대련은 600개가 넘는 아마추어 클럽으로 ‘축구 피라미드’를 세웠지만, 심양은 기초 시스템조차 정립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희망의 불씨는 있다. 철인이 입주한 올여름 철서(铁西) 체육장은 2부 리그 경기로는 이례적인 3만9천 관중을 끌어모았다. 경기장 밖 상권은 유니폼 하루 매출이 11만 위안을 기록했고, 식당은 새벽까지 불을 밝혔다. 그러나 이 열기는 가수 공연, 치어리더 무대, 경기 후 현금 이벤트 등 ‘이벤트성 동원’에 크게 의존했다. 축구가 진짜 생활 문화로 뿌리내리기까지는 아직 멀었다.
심양시는 더 나아가 ‘회원제+지분제’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구단 소유권을 정부·기업·팬이 나누고, 선수 연봉은 ‘기본급+승격 보너스’로 전환하는 식이다. 성적에 따른 보상을 전면화한 구조다. 당국은 이를 ‘프로화 개혁’이라 선전하지만, 선수들은 “2부 리그 구단이 성적 연동 계약이라니 과도하다”고 반발한다. 축구마저 체제 논리와 성과 압박의 틀 속에 편입된 셈이다.
돈 문제도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 올해 초 심양시 국영기업은 1억 위안 투자를 검토했지만, 과거 구단 전신이 연루된 승부조작 기록이 드러나자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해체된 옛 요녕팀의 부채와 스캔들이 아직도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단의 ‘과거 그림자’는 여전히 당국의 통제와 행정 개입을 불러오는 원인이다.
대련 팬들은 심양의 움직임을 조롱한다. “대련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건 국가를 대표하는 것이고, 철인의 승격은 2군이 올라가는 것일 뿐”이라는 말이 온라인에서 퍼졌다. 대련은 수십 년간의 역사를 ‘스카프 벽’에 새겨 전통을 자산화했지만, 심양의 응원석은 여전히 상업 광고로 가득하다.
심양의 1900만 위안(약 37억원) 투입이 축구 부활의 불씨가 될지, 아니면 당국 주도의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중국 축구가 여전히 정치와 당의 손길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도시 간 격차조차 당국의 개입을 통해서만 봉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BEST 뉴스
-
챔피언들의 전쟁이 시작된다…월드컵 4강, 모두 역대 우승국
[인터내셔널포커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마침내 '챔피언들의 무대'로 압축됐다. 아르헨티나가 12일(한국시간) 스위스를 연장 혈투 끝에 3-1로 꺾고 준결승 진출을 확정하면서 이번 대회 4강은 프랑스와 스페인,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등 모두 월드컵 우승 경험을 가진 국가들로 채워졌다. 월드컵 준결... -
월드컵 32강 대진 확정…유럽 강호 조기 충돌, 아르헨티나는 유리한 대진
[인터내셔널포커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가 모두 마무리되면서 사상 첫 48개국 체제의 32강 토너먼트 대진이 확정됐다. 마지막 경기까지 이어진 치열한 '베스트 3위' 경쟁 속에서 희비가 갈렸고, 토너먼트 대진표 역시 강호들이 한쪽 브래킷에 몰리는 독특한 구도를 만들어냈다. 가장 극적인 ... -
월드컵 돌풍 카보베르데 '초대형 악재'…주장 멘데스, 성폭행 혐의로 경찰 수사
카보베르데는 오는 7월 4일(한국시간)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와 32강전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핵심 선수의 성폭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선수단 분위기와 경기 준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이번 사건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멘데스의 법적 책... -
한국, 32강행 벼랑 끝…조 3위 8위 추락, 남은 3장 티켓에 운명 달렸다
[인터내셔널포커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한국 축구대표팀의 32강 진출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27일(한국시간) G조와 H조, I조 최종전이 모두 종료되면서 조 3위 순위가 재편됐고, 한국은 승점 3·골득실 -1로 조 3위 전체 8위까지 밀려났다. 조 3위에 배정된 남은 32강... -
'90+1분 기적' 모로코, 네덜란드 승부차기 격파…극적인 16강 드라마
AI 생성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모로코가 경기 종료 직전 터진 극적인 동점골과 골키퍼 야신 부누의 눈부신 선방을 앞세워 우승 후보 네덜란드를 꺾고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모로코는 30일(한국시간) 열린 월드컵 32강전에서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뒤 승... -
48개국 월드컵인데 또 없었다…중국 축구가 마주한 냉혹한 현실
[인터내셔널포커스]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식이 열린 멕시코시티 아스테카 스타디움. 8만여 관중의 함성 속에 48개 참가국 국기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이번 대회는 참가 문턱이 크게 낮아졌고, 아시아 출전권도 기존 4.5장에서 8.5장으로 늘어났다. 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