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나흘간 중국 방문…북·중·러 3각 구도 가속화하나

김정은과 회동 가능성도 거론

러시아 크렘린궁이 30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4일 동안 중국을 공식 방문하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일정에 따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물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별도 회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푸틴 대통령 보좌관 유리 우샤코프는 이날 “푸틴 대통령이 톈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베이징으로 이동해 전승 80주년 기념행사에도 참가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부총리 3명, 10여 명의 장관, 국영기업과 대기업 대표들이 대거 동행하며, 미·러 관계, 우크라이나 전황, 중동 정세, G20(남아공 개최)과 APEC(한국 개최) 등 주요 현안이 의제로 논의된다.

푸틴은 상하이협력기구 회의에서 중국·몽골 정상과 3자 회담을 진행하고, 인도·이란·세르비아·터키·우즈베키스탄 등 각국 지도자들과도 연쇄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러시아 측은 여기에 더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방중을 “중·러가 2차 세계대전 승리의 역사적 성과를 함께 지켜내는 의미 있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국제정세 속에서는 이 행보가 단순한 기념행사 참여 이상의 함의를 가진다.

북·중·러 3각 구도, 현실화 되나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은 최근 강화되는 북·러·중 협력 구도를 다시 부각시킨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과의 대립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중국과의 전략적 연대와 함께 북한과의 관계 강화를 병행해 왔다. 이미 러시아는 북한과 군사·경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김 위원장은 지난해와 올해 잇달아 푸틴과 접촉했다.

북·러·중이 같은 자리에서 만날 경우, 이는 국제사회에 상징적 메시지를 던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문제, 한반도 정세에서 ‘견제와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세 나라가 공동 보조를 맞추는 모습은 새로운 긴장 구도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서방과의 대립, 전략적 과시 무대

이번 중국 방문은 러시아가 국제무대에서 고립돼 있지 않음을 과시하는 성격도 짙다. 상하이협력기구에는 인도와 이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남아시아·중동을 아우르는 다자외교 무대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다수 정상들과의 연쇄 회담을 통해 ‘러시아 외교는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입장에서도 푸틴의 방중은 서방의 압박에 맞서 전략적 균형을 강화하는 기회다. 시진핑 주석이 주최하는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러시아 정상이 함께하는 모습은, ‘중·러가 2차 세계대전의 기억을 공유하며 현재의 국제질서에 공동 대응한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한반도 정세에도 파장 가능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푸틴과 김정은의 회동 여부다. 만남이 성사될 경우, 이는 북·러 관계가 단순한 양자 협력을 넘어 중국과 맞물린 새로운 전략 축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 한반도 정세에서도 미·중 경쟁, 미·북 교착, 남북 관계 냉각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러·중의 연대는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중은 단순한 양국 간 외교 행사가 아니라, 국제질서 재편 속에서 북·러·중 3각 구도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