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보다 청결 택한 도시, 웨이하이의 선택

[동포투데이]중국 산둥(山東)성의 항구도시 웨이하이(威海)는 ‘중국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로 불린다. 거리엔 먼지 하나 없고, 공공의자에 그냥 앉아도 옷이 더러워질 걱정이 없다. 일본 관광객조차 “중국에 이렇게 청결한 도시가 있을 줄 몰랐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이 청결의 배경엔, 수십 년 전부터 이어온 도시의 단호한 결단이 있다.
1980년대 말, 갓 지어진 신흥 도시였던 웨이하이는 외자기업으로부터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시멘트 공장 투자 제안을 받았다. 당시로선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하지만 시 정부는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이를 거절했다. “환경을 훼손하는 사업은 어떤 이유로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웨이하이는 1987년 지구급(地級) 도시로 승격되며, ‘오염이 심하거나 에너지 소모가 큰 사업은 유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 후 수십 년간 수백 건의 고오염 산업 프로젝트를 단호히 거절했다. 이 원칙은 단기적 경제성장에는 제약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웨이하이엔 대형 굴뚝 대신 푸른 해안선이 남았다. 그 대가로 웨이하이는 중국 최초의 ‘국가위생도시’로 지정됐고, ‘유엔 인간정주상(UN Habitat Award)’을 수상하며 국제적 인정을 받았다.
웨이하이의 ‘청결’은 단순한 미화 수준이 아니다. 도시의 교통 체계까지 ‘친환경’으로 바꿔놓았다. 현재 웨이하이 시내 버스의 90%가 청정에너지 차량이며, 택시는 100% 전기차로 교체됐다. 이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또한 대형 화물 운송을 트럭 대신 전철로 대체하기 위해 ‘타오웨이(桃威)선’ 철도의 전기화 사업도 추진 중이다. 한편, 웨이하이의 대표 관광도로인 ‘천리산해 자가운전 노선(千里山海自驾旅游公路)’은 도로 자체가 관광 명소로 꼽힐 만큼 경관이 아름답다.
공해 산업을 배제한 대신, 웨이하이는 ‘녹색 성장’을 경제 기둥으로 삼았다. 신세대 정보기술, 바이오의약, 의료기기 등 7대 첨단 산업을 집중 육성하며 산업 구조를 바꿔가고 있다.

이런 친환경 도시 이미지는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힘이 됐다. 2020년 기준 125개의 일본 기업이 웨이하이에 투자했고, 약 1500개의 현지 기업이 일본과 무역을 하고 있다. 시 정부는 최근 ‘중일 산업단지’를 조성해 신소재, 생명공학 분야의 협력을 확대 중이다.
웨이하이의 청결은 행정만으로 완성된 것이 아니다. 시민의 습관과 문화가 도시의 품격을 지탱한다. 횡단보도 앞에서 운전자가 정지하면, 행인은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이런 일상이 외지인에겐 인상 깊은 장면으로 남는다.

이런 시민 의식은 웨이하이를 ‘중국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 중 하나로 만들었다. 시내 어디서든 300m만 걸으면 녹지를, 500m만 걸으면 공원을 만난다. 문을 열면 바다가 보이고, 골목마다 꽃이 피어 있다. 일부 주민은 “웨이하이의 공기를 병에 담아 선물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웨이하이는 북위 37도선, 세 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천혜의 위치를 자랑한다. 약 1000km에 이르는 해안선은 절벽과 만, 모래사장이 어우러진다.

유명한 유공도(劉公島)는 청일전쟁의 격전지이자 북양해군의 탄생지로, 풍광과 역사가 공존하는 명소다. 또 중국 대륙의 최동단인 청산두(成山頭)는 ‘중국의 희망봉’이라 불리며, 이곳에서 떠오르는 일출은 관광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장관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화려한 동양 미학을 담은 화샤성(華夏城), 모래가 곱고 긴 국제해수욕장, ‘낭만의 바다’로 불리는 나향해(那香海) 등 수많은 관광지들이 ‘세계적 해양 휴양도시’로서 웨이하이의 매력을 완성한다.
웨이하이의 청결은 단순한 미화가 아니라 도시 전략이자 정체성이다. ‘깨끗함’을 도시의 핵심 가치로 삼은 선택은 성장 속도를 늦췄지만, 대신 웨이하이는 ‘살기 좋은 도시’의 상징이 됐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청결과 생태를 최우선으로 두는 웨이하이의 모델이 현대 도시 발전의 궁극적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시대를 앞선 하나의 고결한 예외로 남을까.
그 답은 아마도, 이 도시의 바다 바람 속에 이미 담겨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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