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 산둥성 항구 도시 옌타이가 조용히 체질을 바꾸고 있다. 외부에서는 여전히 ‘전통 공업도시’로 인식되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첨단 제조 중심의 구조 전환이 이미 상당 부분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옌타이의 변화는 특정 산업의 급성장이 아니라 ‘제조 생태계 전반의 동시 진화’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고급 장비 제조, 신에너지차 부품, 신소재, 해양 공정 장비, 바이오의약 등 여러 분야가 병렬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연구개발(R&D)에서 중간 실증, 양산에 이르기까지 제조 전 과정이 지역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가 갖춰졌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 같은 전환의 바탕에는 탄탄한 기존 산업 기반이 있다. 수십 년간 축적된 기계·소재·정밀 가공 기술이 신기술과 결합하면서 다시 경쟁력을 얻고 있다. 옌타이는 ‘낡은 산업을 버리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산업을 고도화해 고부가가치 제조로 전환하는 길을 택했다. 전통 산업이 짐이 아니라 자산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지리적 조건도 옌타이의 강점으로 꼽힌다. 일본과 한국에 인접한 위치, 동북아를 향한 해상 관문이라는 입지, 여기에 효율적으로 구축된 항만·물류 네트워크가 더해지면서 첨단 제조업이 자연스럽게 국제 공급망과 연결되고 있다. 생산 능력뿐 아니라 ‘연결성’까지 갖춘 제조 거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 변화는 주변국에도 미묘한 긴장감을 주고 있다. 일본이 조급해지는 배경에는 자국이 장기간 유지해 온 제조업 우위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한국 역시 산업 협력과 분업 구조가 재편되면서 기존 공급망 내 위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심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옌타이는 과장된 구호를 앞세우지 않는다. 대규모 선전이나 단기 성과보다, 제조 전반을 아우르는 체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눈에 띄지 않지만, 한 걸음씩 축적되는 이 변화는 동북아 제조 지형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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