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이후 중동 정세가 중대한 갈림길에 들어선 가운데, 이란 외무장관이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면서 베이징의 움직임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중동 분쟁의 ‘조정자’ 역할 확대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6일 베이징에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중동 정세,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 이란 핵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번 방중은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이란 간 무력 충돌 이후 이란 외교 수장의 첫 중국 방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이 일시적 휴전 국면에 들어갔지만, 호르무즈 해협과 핵협상 문제를 둘러싼 긴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동 해상 위기는 세계 경제에도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 수위를 높이고, 미국이 이란 선박과 항만 봉쇄를 강화하면서 국제 해운망 혼란이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길어지면서 페르시아만 일대에 대규모 선박 체류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해협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와 해상 운임 역시 다시 상승 압력을 받는 분위기다.
한국 역시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내 정유업계와 석유화학 업계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만큼 해협 봉쇄 장기화 여부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해상 보험료와 운송비 상승 가능성도 국내 수입물가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공개적으로 ‘전면전 반대’ 메시지를 내놓으며 외교적 중재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왕 부장은 회담에서 “전면적인 충돌 재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치·외교적 해결과 대화 복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사회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하고 정상적인 통항 회복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라그치 장관도 중국 측에 미국과의 협상 상황 및 향후 대응 방향을 설명하면서, 중국이 휴전 유지와 긴장 완화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이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추진했던 이른바 ‘자유 계획’ 작전을 사실상 중단한 직후 회담이 이뤄졌다는 점도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은 지난 4일 억류·정체 선박의 이동을 유도한다며 해당 작전을 시작했지만, 이란 측의 군사적 경고 이후 불과 이틀 만에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5일 SNS를 통해 작전의 일시 중단 방침을 시사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이번 국면을 계기로 단순 중재국을 넘어 중동 안보 질서 재편 과정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의 군사 개입 중심 전략과 달리 중국은 협상·경제·에너지 안정을 앞세운 접근법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왕 부장은 회담에서 “외부 군사개입과 진영 대립 중심의 기존 질서는 한계를 드러냈다”며 “지역 국가들이 공동 참여하고 공동 이익을 보장하는 새로운 안보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중심의 기존 중동 질서에 대한 우회적 견제 메시지로도 읽힌다.
이란 역시 중국의 역할 확대에 기대를 드러냈다. 아락치 장관은 전후 지역 재건과 안보 구조 논의 과정에서 중국이 지속적으로 중재 역할을 맡아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란 핵 문제 역시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왕 부장은 “중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평화적 핵 이용 권리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이란 내부에서 핵무장 필요성을 주장하는 강경 여론이 확산하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무력 압박이나 일방 제재보다 협상 복귀를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중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회담이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중국이 중동 문제에서 미국과 경쟁 가능한 외교 영향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동 지역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중국 역시 원유 수입과 글로벌 공급망 측면에서 직접적인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베이징이 향후 휴전 유지와 호르무즈 해협 안정화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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