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서울 강남의 한 중국 차(茶) 브랜드 매장은 개점 첫날부터 수백 명의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일부 소비자는 음료를 구매하고 인증사진을 남기기 위해 4시간 넘게 기다렸고, 명동의 후난(湖南) 음식 전문점 농경기(农耕记) 앞에도 긴 줄이 이어졌다. 최근 서울 주요 상권에서는 훠궈와 마라탕, 신차(新茶饮) 등 중국 음식 브랜드를 찾는 젊은 소비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중국 외식 브랜드의 한국 시장 존재감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일부 매체는 CHAGEE, 차백도, 하이디라오, 상하이 버터떡 등을 최근 한국 시장에서 주목받는 대표 중국 브랜드로 꼽는다. 이들 브랜드는 단순히 중국 음식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소비 경험과 문화 콘텐츠를 결합하며 젊은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 성과도 뚜렷하다. 한국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훠궈 브랜드 하이디라오의 2025년 한국 매출은 1,177억 원으로 2020년보다 7배 이상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83.6% 늘었다. 마라탕 브랜드 탕화쿵푸는 한국 내 매장 수가 560개를 넘어섰으며 지난해 매출은 255억 원을 기록했다.
차 음료 시장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미쉐빙청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1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차백도 역시 20여 개 매장으로 확장됐다. HEYTEA는 서울 주요 상권에 진출했고, CHAGEE는 올해 4월 강남·용산·신촌에 동시에 매장을 열며 화제를 모았다. 강남점은 온라인 주문 개시 5분 만에 600잔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Z세대가 중국 음식 브랜드에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는 ‘소셜 인증 효과’다. 온라인에서는 “탕후루에서 마라탕, 마라샹궈를 거쳐 하이디라오까지 이어지는 소비 흐름이 하나의 유행 코스가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하이디라오는 단순한 외식 공간을 넘어 젊은층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유명 연예인들의 방문 인증과 SNS 게시물은 자연스럽게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는 ‘체험형 소비’다. 중국 브랜드들은 단순히 음식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이디라오의 변검 공연과 국수 퍼포먼스, 셀프 소스 바, 차백도의 한자 디자인 컵, CHAGEE의 동양적 분위기의 인테리어는 모두 사진 촬영과 SNS 공유에 적합한 요소로 평가된다.
셋째는 ‘가성비’다. 미쉐빙청의 일부 음료는 국내 유사 제품보다 훨씬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새로운 맛과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 가격 대비 만족도를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브랜드의 성공은 단순한 해외 진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현지화 전략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차백도는 한국 소비자 취향에 맞춰 당도와 얼음량을 조정했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한정 메뉴를 선보였다. 하이디라오는 김치를 활용한 메뉴와 한국 소비자의 생활 패턴에 맞춘 영업 전략을 도입했다. 농경기 역시 후난 지역 특유의 전통 장식과 문화를 매장에 반영해 음식뿐 아니라 지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통계에 따르면 차백도의 한국 내 현지 소비자 비중은 80%를 넘어섰고 재구매율도 45%에 달한다. 농경기 역시 초기에는 중국인 고객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한국인 고객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음식 브랜드가 화교 중심 소비시장을 넘어 한국 주류 소비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 한국 소비자들이 중국 음식을 짜장면이나 양꼬치 중심으로 인식했다면 최근에는 훠궈, 후난요리, 밀크티 등 다양한 지역 식문화를 경험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식 소비가 단순한 식사를 넘어 문화 체험과 라이프스타일 소비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중국 외식 브랜드의 한국 진출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장기적인 성공 여부는 브랜드 인지도보다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춘 메뉴 개발과 서비스 경쟁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한국 시장에서의 성패는 ‘중국의 맛’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현지 소비문화와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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