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산둥성에서 연변조선족자치주를 찾은 한 여행객은 연길역에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이런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화려한 관광지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중국어와 조선어가 나란히 적힌 간판이었다. 역 광장을 벗어나 시내로 들어서자 익숙한 중국 도시의 풍경 속에서도 조선족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모습이 이어졌다.
연길은 연변 여행의 출발점이다. 대형 쇼핑몰과 현대식 건물 사이에는 조선족 음식점과 오래된 상가가 조화를 이루고, 거리에서는 중국어와 조선어가 함께 사용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이면서도 오랜 생활문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모습은 다른 중국 도시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풍경이다.
연길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조선족민속원은 연변 문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전통가옥과 생활공간이 재현돼 있고, 조선족 전통복식을 입고 사진을 남기려는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진다. 단순한 체험시설이 아니라 조선족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이해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민속원을 둘러본 뒤 찾은 연길서시장은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김치와 떡, 순대, 명태, 산나물 등 지역 먹거리가 시장을 가득 채우고, 주민들은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이어간다. 관광객을 위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지역민들의 삶이 그대로 이어지는 생활시장이라는 점에서 연변의 진짜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최근 연길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은 왕훙창(网红墙)이다. 한글과 중국어가 함께 적힌 대형 간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여행객들이 모여든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연길을 대표하는 포토스팟이자 젊은 여행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았다.
점심 무렵이면 냉면과 양꼬치, 순대를 파는 식당에는 현지 주민과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여행객에게는 새로운 음식이지만, 주민들에게는 평범한 한 끼다. 이런 일상의 풍경이야말로 연변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다.
저녁에는 부르하통하 강변이 시민과 여행객들의 발길로 활기를 띤다. 산책을 즐기는 가족, 운동을 하는 시민, 벤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우러지며 도시의 하루가 천천히 저물어 간다. 빠르게 움직이는 대도시와는 다른 여유로운 분위기가 연길의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연길을 벗어나면 연변의 또 다른 얼굴이 펼쳐진다. 용정 윤동주 생가에서는 일제강점기 민족시인 윤동주의 삶과 문학세계를 만날 수 있고, 훈춘 방천풍경구에서는 중국·러시아·북한 세 나라가 맞닿은 동북아의 독특한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여기에 백두산 천지와 두만강 국경 관광까지 더하면 연변은 역사와 문화, 자연이 어우러진 중국 동북지역의 대표 여행지로 완성된다.
연변은 중국 최대의 조선족 집거지이자 북한·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지역이다. 오랜 세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면서 언어와 음식, 생활문화 곳곳에 독특한 지역색이 형성됐다. 최근에는 연길조양천국제공항과 고속철도망 확충으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도 꾸준히 늘고 있다.
연변 여행의 매력은 화려한 관광지 하나에 있지 않다. 연길에서는 사람들의 일상과 조선족 문화를 만나고, 용정에서는 윤동주의 문학 정신을 되새기며, 훈춘에서는 국경을 넘어선 동북아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여기에 백두산의 웅장한 자연과 두만강의 역사가 더해지면서 연변은 다른 어느 도시에서도 경험하기 어려운 여행지를 완성한다.
그래서 연변은 한 번 둘러보고 떠나는 관광지가 아니다. 골목과 시장, 사람들의 일상, 그리고 역사와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은 여행이 끝난 뒤에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많은 여행객들이 계절이 바뀌면 다시 연변을 찾는 이유도 바로 그 자연스럽고 따뜻한 도시의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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