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위상이 결혼시장에서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이 전통적인 선호 직업으로 꼽혀온 가운데 반도체 엔지니어들이 새로운 인기 직군으로 떠오른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메모리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의 보상이 크게 늘면서 이들의 연애와 결혼에도 예상치 못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AI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두 회사의 실적이 개선됐고 직원들의 성과급도 크게 늘었다. 직급과 성과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부 직원의 성과급은 달러 기준 6자리 수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높아진 소득은 결혼시장에서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결혼정보업계에서는 반도체 기업 종사자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하면서 의사·변호사·회계사 등 전통적인 인기 전문직과 견줄 정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높아진 인기가 당사자들에게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WSJ에 따르면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근무하는 32세 남성 엔지니어는 데이트할 때 자신의 직장을 밝히는 것을 꺼린다고 털어놨다. 자신에게 보이는 호감이 개인을 향한 것인지, 높아진 소득과 직장 때문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SK하이닉스의 31세 남성 엔지니어도 이미 교제하는 사람이 있지만 친척과 지인들로부터 “아직 혼자냐”, “소개해줄 사람이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들 기업의 엔지니어들은 안정적인 대기업 직장인으로 평가받았지만 결혼시장에서 전문직만큼 높은 선호를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AI 반도체 호황과 함께 소득과 성과급이 늘면서 분위기가 빠르게 달라졌다.
이 같은 현상은 방송의 풍자 소재로도 등장했다. ‘SNL 코리아’에서는 한 남성이 명품 매장에서 SK하이닉스 근무복을 드러내자 직원의 태도가 돌변하는 장면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반도체 기업 직원들의 달라진 위상을 과장해 보여준 것이다.
높아진 관심이 부담스러워 회사 안에서 연인을 찾으려는 직원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로 업무환경을 이해하기 쉽고 결혼 후 두 사람 모두 안정적인 소득을 유지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한다.
반대로 반도체 기업 직원과 교제하는 상대방이 소득 격차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선물이나 소비 수준을 맞춰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 때문이다.
AI가 촉발한 반도체 호황은 기업 실적과 주가를 넘어 개인의 연애와 결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도체 엔지니어의 달라진 위상이 한국 사회의 직업 선호도까지 변화시키는 새로운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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