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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는 그대로인데 미군은 더 들어간다…미국, 북극 군사거점 확대

  • 허훈 기자
  • 입력 2026.09.2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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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덴마크·그린란드의 새 북극 안보협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협정에 따라 미국은 그린란드 내 군사 활동과 접근 범위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재구성 이미지로 실제 현장 사진은 아니다.

 

[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이 그린란드를 손에 넣지는 않았다. 대신 미군이 북극에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훨씬 넓어졌다.


미국과 덴마크, 그린란드는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극과 북대서양 안보를 강화하는 새로운 3자 협정에 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가 서명자로 나섰다.


협정문을 보면 변화는 꽤 구체적이다.


미국은 현재 운용 중인 피투피크 우주기지의 시설과 활동을 확대할 수 있다. 여기에 그린란드 남부 나르사르수아크와 동부 메스터스비그가 새로운 방위구역으로 추가된다. 나르사르수아크는 냉전시대 미국이 군사 거점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미군의 활동 범위도 넓어진다. 군용기와 병력, 차량이 방위구역 사이를 이동하기 위해 그린란드의 육상과 영공, 영해를 이용할 수 있다. 미 군용기의 비행과 착륙, 미 공공 선박의 영해 접근도 협정에 따라 가능해진다.


새로운 방위구역을 추가할 길도 열어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영역과 그린란드, 미국 본토 방어에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미국이 추가 지역을 제안하고 3자가 협의할 수 있도록 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체제가 단기간에 끝나는 합의가 아니라는 점이다. 협정에는 별도의 종료 시점이 없다. 내용을 바꾸려면 당사국 간 합의가 필요하다.


그린란드의 정치적 지위가 훗날 달라질 경우까지 염두에 둔 조항도 들어갔다. 그린란드가 자결권을 행사해 독립국가가 되더라도 NATO에 남고 이번 협정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렇다고 그린란드의 주권이 미국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덴마크 정부는 이번 협정이 덴마크 왕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 그린란드 주민의 자결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확보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미국과 덴마크 사이에는 적지 않은 마찰이 있었다. 이번에는 영토의 소유권을 건드리는 대신 미국의 군사적 접근권을 넓히는 쪽에서 접점을 찾았다.


그린란드가 중요한 이유는 위치에 있다. 북미와 유럽 사이에 놓여 있어 미사일 조기경보와 우주 감시, 북대서양 방어의 핵심 지점으로 꼽힌다. 러시아가 북극 군사력을 강화하고 중국 역시 북극 진출을 확대하면서 이 지역을 둘러싼 전략 경쟁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 합의를 단순히 '미군기지 두 곳이 늘었다'는 뉴스로만 보기는 어렵다.


그린란드의 국기도, 지도 위 국경선도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북극에서 미군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넓어졌다. 한동안 '그린란드를 누가 갖느냐'에 쏠렸던 관심도 이제는 '북극에서 누가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느냐'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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