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저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같은 한국인과 조선족이 왜 서로 사이가 나쁜가.

그리고 이런 우호적이지 못한 사이가 나중에 큰 갈등을 부르는 씨앗이 되지는 않을까도 생각됩니다.

저는 일 관계로 중국을 가끔 오가고 있고, 조선족들도 많이 본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조선족들을 여러명 대하고 같이 일도 한 적이 있는 저로서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한국인과 조선족은 알고보면 얼마든지 같이 화목하게 지낼수도 있는 사람들인데, 약간만 생각을 바꾸면 서로간에 이해하고 받아들일수 있는데도 크게 감정상의 충돌을 겪는다고 말이죠.

정말로 둘이 양립할 수 없는 무서운 불화가 있어서 서로 싸우는거라면 억울하지나 않겠지요. 싸울 이유가 있어서 싸우는거라면 그런거야 있을수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보면 싸울일도 없는데 서로 화를 낸다면, 이것은 뭔가 지혜를 짜내서 해결을 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한국인과 조선족 양방에 모두 다 불행입니다.

이것은 한국인과 조선족 둘 다 반성을 해야만 합의점이 생기는 문제입니다. 어느 한쪽이 다른쪽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씌워서는 해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조선족들이 필요할때는 한국인을 동족으로 대우하다가도 필요가 없어지면 중국인으로 자신을 인식하며 친중적인 제스쳐를 보이는 둥의 표리부동한 행태가 한국 인터넷에 많이 퍼져 있습니다. 이것은 사실이죠.

그런데 한번 생각해봅시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라나서 한국에 가끔만 와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국적을 누군가 물어볼때 "난 미국사람입니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사람이 한국인을 배신했다고 볼수는 없을겁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거기에 섭섭함을 느끼지요.

한국인들은 이런것에 아주 큰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1997년인가 그때 Brook Antoinette Mahealani Lee라는 사람이 미스월드인지 미스유니버스인지 하는 미인대회에서 입상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의 할아버지는 1950년대 한국에서 하와이로 이주한 분이었죠. 이 사람은 미국식으로 자랐고 사고 방식도 미국 사람이며 미국인이었기에 미스월드가 됐어요. 그럼에도 한국의 광고계에서 그녀의 상품가치를 높이 샀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자꾸만 "이 사람은 한국인이다. 한국의 피가 섞였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인이 그렇게 강조한게 아니라 한국의 주류언론이 강조했지요. (이 한국의 주류언론 문제는 한번 제대로 다뤄야 할것 같습니다. 조선족 여러분들도 [한국인]과 [한국주류언론] 차이에는 엄청난 생각의 차이가 있음을 깊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한국 인터넷 신문의 얘기처럼, 그녀가 진정 평소에도 스스로를 한국인으로 여기고 살았다면 참으로 반갑고 기특한 일이긴 하겠으나, 그렇게 생각하고 지내지 않았다 해도 그냥 있는 그대로 두었어야 했습니다. 굳이 3대 위의 할아버지가 어쨌다느니 한국에 꼭 와보고 싶었다느니 하는 대답을 유도하는 질문은 안했어야 했고, 더욱이 "스스로를 한국인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따윈 제발 하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그렇게까지 억지로 그녀를 한국인으로 만들어 내지 말았으면 좋겠고 그런 식으로 억지 한국인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한민족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방법으로 쓰이지 않았으면 정말 좋겠는데, 한국 주류 언론들은 그랬다는 겁니다.


이것은 바로 "외국 것에 기죽는 한국인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한국의 피를 가지고 있으면서 한국의 정체성을 거부하면 배신자"라는 생각과도 통하는 것입니다. 아마 조선족 중에서 중국의 고위관리에 올라가는 사람이 나오거나 중국의 미인대회 수상자가 나온다면, 한국 주류언론은 앞다투어서 그 조선족을 취재하고, 그 조선족에게 친한척을 하려고 들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조승희라는 한국인이 총을 들고 여러 사람들을 죽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미국인들이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한국인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죄송하다고 사죄를 한 것이었죠. 미국인들은 한국인의 이러한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인들의 광범위한 책임의식은 "우리의 피가 섞인 사람이 사고를 쳤으니, 마땅히 우리가 미안해해야 한다. 희생자에 대해 우리가 책임질 일은 없지만, 적어도 미안한 모습은 보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한국인의 이런 생각때문에, 한국인들은 일단 조선족들이 자신을 "한국인"으로 생각하지 않는것을 서운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죠. 한국인의 생각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얘기할 수많은 내용들 중, 한국인이 갖는 오해 및 한국인의 생각중 하나가 이렇다는 얘기입니다.

시간날때마다 조금씩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든 한국인이 조선족에 갖는 오해가 풀리고, 한국인과 조선족이 사이좋게 지낼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조선족을 여러명 만나본 저로서는, 한국인이 조선족에 대해 갖는 큰 반감이 정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박성인 kenw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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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조선족 왜 사이가 나쁠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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