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국심 “뭐나 한국이 제일”
■ 김철균
당신이 일단 한국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무릇 그가 기업인이든 학자든 또한 회사 말단직원이든 막론하고 그들이 한결같이 한국자랑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입은 옷 뭔지 알아? 한국산이야.”
“이게 다 뭐예요? 우리 한국사람은 절대 안 이래요.”
또한 얼마전 한국TV “그대 그리고 나”에서 봤는데 시장에서 야채를 파는 여인이 고객를 붙잡고 하는 말이 “아줌마 더덕 사세요. 제가 갖고 온 더덕은 중국산이 아닌 토탈(몽땅) 오리지날(진짜배기) 한국산 더덕이거든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허참, 산에서 절로 자라는 더덕도 한국산이 중국산보다 정말 우월한지?…하지만 한국사람들이 자기들 한국산을 갖고 일종의 자호감을 느끼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았다.
한편 한국선박에서 근무해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한국의 부산항은 화물을 싣고 부리우는 작업도 번중하지만 한국선박들마다 사올리는 수많은 부식물 때문에 선식(船食)회사의 차량들도 꼬리에 꼬리를 물 지경이다. 당시 필자가 승선했던 “코리안스타호(KOREANSTAR)”의 통신장 이덕수씨에 따르면 매일 부두를 통해 선박에 오르는 부식물은 전반 부산시 공급량의 평균 10%에 달한다고 한다. 10%라면 대단한 수자다. 이는 부산시의 재정수입의 10%가 보탬이 된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주지하다싶이 한국의 물가는 아시아에서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엄청나게 비싼 축이다.그럼에도 한국선박들에서는 왜 한국땅에서만 꼭 부식물을 올리는걸까? 거기에는 물론 한국인의 식성이 독특하여 김치, 된장, 고추장 등 부류를 즐기는 것에도 관련된다. 하지만 돈을 쓸 바엔 나라의 진흥에 보탬이 되도록 자기 나라의 땅에서 쓴다는 애국심이 더 큰 작용을 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것은 선원들 스스로 사들이는 술과 담배따위에서도 더 한층 반영된다. 한국산 술과 담배가 양주나 양담배보다 더 맛이 있다고 하면 그건 싸가지 없는 미친놈이 분명하나 한국선원들은 해외에 나가면 쌔고버린 “말보르”표 담배나 “죠오네카” 표 위스키 등 술·담배는 제쳐놓고 국산품인 “8.8나이트”나 “진로”표 소주같은 것을 박스들이로 사올리군 했다. 하다보니 저 멀리 남미의 포클랜드건 유럽의 로톨담이건 또한 아프리카 열대지대건 할 것 없이 일단 한국선박만 만나면 우리는 그곳에서 한국의 김치와 된장을 맛볼 수 있었고 한국소주에 한국담배를 구경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한국선박이 한국으로 들어가지 못할 경우 두번째로 부식물을 많이 올리는 곳이 바로 스페인의 라스팔마스(다른 곳도 적지 않겠지만)라고 할 수 있었다. 라스팔마스에서 한국인이 경영하는 선식회사를 놓고볼 때 그 물건들 거개가 대양건너 한국에서 비행기로 날라온 것이기에 운송비용도 많거니와 중개인이 값을 더 붙이는만큼 비씨기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하지만 한국선박과 한국선원들은 한국인이 경영하는 회사를 골라가며 이용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에피소트가 있다. 한국선원들이 한국산을 그토록 애용하며 돈을 아끼지 않자 당지의 스페인 사람들도 한시기 한국선원들의 돈주머니를 노리고 슈퍼나 가게 등에 숱한 한국산제품을 진열해놓았다고 한다. 헌데 지나가는 한국선원들은 그것을 쳐다보지도 않고 곧추 한집 건너에 있는 한국집으로 몰켜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스페인사람들로 놓고 보면 통분할 일이었다. 그래서 스페인 사람들은 한국인을 독종이라고 불렀지만 이치는 뻔한 것, 아무리 한국산이라 해도 그것이 일단 외국인장사군한테 넘어간 다음에는 더는 한국의 것이 아니란 것, 한국선원들이 같은 값이면 외국인이 돈을 벌게 할리가 만무했다.
한편 라스팔마스에 거주하는 한국인(약 2000명)들 사이에는 아래와 같은 애국심이 작용했다. 그 주요한 표현으로는 한국상인들끼리 상부상조하는 형식으로 내가 너의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사주고 네가 나의 식당에 와서 먹어주는 등등이었다. 이렇게 하면 한국인들의 수중에 있는 돈이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고 나중에 그들이 귀국할 때 결국 한국으로 흘러들기에 최종적으로 나라에 유리하게 되는 것이다. 그외 라스팔마스의 한국인들은 당지의 스페인 사람들한테 한국의 김치나 사시미(식회)같은 것을 극구 홍보하면서 한 두 번씩 공짜로 먹게 하는데 이것 역시 현지인들이 주머니를 털게 하는 책략중의 하나였다. “호텔강촌”의 유혁선 여사의 말에 따르면 한국의 김치나 사시미같은 것은 처음에 맛볼 때는 시굴고 매워서 얼굴을 찡그리지만 일단 맛을 들이기만 하면 그 자극성에 인이 박혀 자주 찾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일례로 “호텔강촌”에서 술도 마시지 않으면서 밥에 김치 한접시와 생게살무침을 순식간에 다 비우고나가는 한 스페인 여인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그녀는 매주 꼭 한번씩 약속이라도 한듯 그런다는 것이었다.
총적으로 한국인들의 애국심은 한국이 처한 환경과 지리적 위치와도 크게 관계되는상싶다. 한국이란 나라는 위에서 언급했지만 오랫동안 일제식민지 치하에서 신음했었다. 하기에 한국인 거개가 독립된 한국의 소중함을 심각하게 느껴지면서 애국심이 생기게 된 것이고 다음 동쪽으로는 경제강국 일본, 서쪽으로는 중국이란 대국이 버티고 있는데다 북쪽으로는 동족이지만 사상과 이념이 서로 다르고 지난 1950년대에 3년간이나 서로 총포를 맞대고 싸운 적이 있는 조선이 있기에 항상 위기감이란 것이 생겨 그것이 결국 나라를 지키기 위한 분발과 노력이 자연히 생기게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긴 이를 두고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을 “반도성격”이 농후하고 “지역감정”이 강하다고들 하지만 한국이 처한 환경이나 지리적 위치를 알면 “과연 그렇겠구나”하는 이해도 간다는 것이 필자의 일가견이다.
또한 외국인들이 말하는 “반도성격”이나 “지역감정”이 농후한 한국인들이 좀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바로 이런 “극단”이 있었기에 약 2년전에 생긴 아시아금융위기를 재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하다면 이에 반해 우리 중국의 조선족을 보면 한국인들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우월한 소수민족정책을 실시하는 중국에서 살고있으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동족 중의 하나이며 유일하게 주체민족보다 뒤떨어진 민족이라 해도 과언은 아닌것 같다. 어떤 견지에서 보면 바로 나라의 우월한 소수민족정책 때문에 우리의 정신상태가 약화되었다는 것도 배제할 수가 없다. 아버지가 부자면 아들은 건달이 되고 그에 따른 손자는 거지가 된다는 설도 있으니까. 누구를 원망하랴. 남을 원망할 이유는 털끌만치도 없다. 문제는 어디까지나 우리들 자체에 있으니까.
애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하긴 우리가 중국에서 사는만큼 중국이란 이 나라를 사랑해야 하겠지만 우선 애족이 일차적 과제라고 보아진다. 가정애, 고향애, 민족애가 없는 사람이 어떻게 진정한 애국같은 것이 있겠는가. 민족을 사랑하는 차원에서 민족의 교육, 민족의 문화 및 민족의 경제를 춰세우는 것으로 나라의 부담을 덜고 나라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애국의 체현이 아니겠는가.
이렇다고 할 때 민족의 자질 즉 우리가 이 땅에서 영원히 생존하자면 또한 주체민족보다 더 잘살 수 있는 자세와 정신을 키우는 것이 일차적 과제이고 그 뒤 자질높은 인구를 늘이는 것이 이차적인 과제라고 하는 것이 명지한 책략이라고 보아진다.
(끝)
<김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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