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돈구 석좌교수(영남대, 서울대 명예교수, 한림원 정회원)
일본은 100여 년 전부터 브라질에 이주하였고, 이주자들이 생산한 농산물 등을 본토 일본에서 구입해 줌으로써 그들이 소득을 올려 정착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 비해 우리의 이민 정책을 보면, 그동안 너무 소홀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조선족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고, 우리 조상의 후손인 형제이다. 과거 우리의 어려웠던 시절 어쩔 수 없이 타국에 가서 지금까지 힘들게 개척하며 살아온 그들을, 지금 우리가 도와주지 않으면 누가 돕겠는가? 이미 중국에 가서 정착한 우리 동포인 조선족에게 자녀 교육, 학자 교류, 연구비 지원, 교역 등을 아낌없이 지원한다면 첫째는 그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고, 그다음에는 간접적으로 우리 자신에게도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지금 중국의 조선족에 가장 필요한 것은 조선족 학교의 교원양성, 안정적인 교원 수 유지 및 교원의 질 향상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조선족 학교를 통해 조선족에게 민족의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는 민족교육으로 후대를 지켜나가도록 도와야 한다. 조선족 학교가 줄어듦에 따라 우리말 우리글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중국어만 하는 젊은 조선족들이 늘어가고 있다니,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그들이 우리 민족성을 잃게 되는 것엔 그들에게 무관심한 우리의 책임 또한 크다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조선족을 돕기 위해서는 연변지역을 포함한 길림성내 조선족 인구의 집중 분포지역에 조선족 중소학교의 교원 양성 및 안정된 교원 수 유지가 매우 중요하며, 여기에 대한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연변지역을 포함한 길림성내 조선족 집중분포지역에서 지역경제의 어려움으로 인한 교원들의 낮은 수입과 어려운 생활조건은 많은 조선족 교원들의 교직 이탈 및 불안정의 근본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농촌지역의 교원양성과 보충의 어려움에 따른 부족한 교원 수는 조선족 학생들의 질 좋은 학습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또한 많은 지역에서 도시 진출로 인한 조선족 인구 감소는 조선족 학교의 생존위기와 교사들의 교직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현재 이미 많은 조선족학교가 폐쇄 또는 합병된 상태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청장년의 한국 진출이 날로 늘어나고 있으며, 시골에는 노약자와 일부 어린이들만 거주하고 생활하는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어린이를 현(군에 해당됨) 소재지의 학교에 기숙하거나 친인척에 의뢰하여 학교에 보내고 있는 가정도 많다고 하니, 우리 정부를 통한 한국국제협력단의 지원을 비롯하여 기업과 시민단체 등을 통한 지원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본인(사진)도 1990년대, 2000년대에 한국과학재단의 지원으로 70여 명의 조선족 학자들의 국내 대학에서 수학할 때 도운 경험이 있다. 우리 민족답게 그들은 매우 명석하고 뛰어나며 성실했다. 이미 중국에 정착한 이들에게 우리가 적극 지원해준다면 능히 중국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크게 자랄 잠재력이 충분하다. 무한한 자원과 기회의 땅인 중국에서 우리가 더욱 수월하게 진출하고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라면 우리의 형제이며 혈족인 조선족이 중국에서 확고한 위치를 다질 수 있도록 우리가 적극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조선족은 우리와 함께 통일(統一)된 미래를 열어갈 우리나라의 동반자인 동시에 우리의 귀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본 포럼(상임의장 최진호, 한림원 종신회원)은 고조선을 시작으로 고구려·발해로 이어진 우리의 옛 고토(古土) 중국 길림성·흑룡강성·요녕성의 동북 3성에는 지금도 200만 명이 넘는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서 우리말 간판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 조선족 동포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아울러 서울대 명예교수로서 지금은 영남대 석좌교수로서 활동하고 계시는 이돈구 교수님의 동북 3성의 조선족 연구와 교육 지원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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