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3(화)
 
 
●김 혁 (재중동포 소설가, 용정.윤동주 연구회 회장)

 

1

우레, 여름철 소나기 올 때 하늘에 크게 울리는 소리를 말한다. 대기 중의 방전 현상으로 생기는 큰 소리이다. “울다”의 어간 “울”에 어미 “에”가 붙어서 이루어진 순 우리 말이다.


또 천둥이라고도 하는데 천동(天动)이 변한 말이다. 옛 사람들은 하늘에서 북을 치는 소리가 나는 것 같다고 해서 천고(天鼓)라는 표현도 썼었다. 우레는 장마철이나 여름철에 많고 봄에는 드물다. 그래서 봄우레를 신뢰(新雷)라고도 했다.


연변지역은 비교적 한랭한 기후이니 봄 우레가 우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95년전 지금의 연변지역 즉 당시의 북간도에서는 세상을 놀래는 “봄 우레”가 울었다.


2

1919년, 3월1일, 민족자결주의에 자극받아 독립지사들은 경성의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서”를 발표하고 조선 전역을 무대로 성세호대한 반일시위운동을 일으켰다. 민족의 해방을 위하여 온 겨레가 떨쳐 일어 선 이 장거에 연변의 반일지사들은 적극 호응하여 “간도의 서울”인 용정에서 반일시위를 거행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3월 13일, 이른 새벽부터 북간도 각지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용정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3만 여명의 민중들이 분분히 대렬을 지어 용정에 도착하였는데 그 광경은 실로 미증유의 장관이었다.


대회에서는 "간도거류조선민족일동" 명의로 된 "독립선언서포고문"을 낭독한 뒤 일본간도총영사관을 향해 나아가며 거리시위를 단행했다.

"조선독립만세!", "일제의 침략을 반대한다!", "친일주구를 타도하자!"라는 구호가 용정의 거리와 골목에 우레처럼 메아리쳤다.


시위는 일제의 잔인한 탄압을 받았다. 군경들은 적수공권인 군중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발포했다.


이날 일제와 지방군경들의 탄압으로 19명이 피못에 쓰러졌고 48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94명이 체포되었다. 그 후 용정의 각계 인사들은 눈물을 머금고 14명 수난자들을 용정 동남쪽에 있는 합성리 공동묘지에 고히 안장했다.


용정의“3.13”반일운동은 20세기 10년대 북간도 지역에서 거행된 가장 대규모적인 반일시위이다. 학계에서 “해란강의 봄 우레”라고 지칭되는3.13반일운동의 천둥은 북간도는 물론 북만과 남만일대까지 울려퍼지어 앙양된 반일투쟁을 불러 일으켰다.


3.13반일운동과 직결된 인물들은 많고 그중에는 조선민족을 빛낸 여뢰관이 (如雷贯耳 우레소리가 귀를 뚫고 지나는 것 같이 명성이 자자하다) 의 인걸들이 적지않다. 그 몇분을 뽑아보면-


김약연

 

당시 간도지역의 “대부”로 연변 초기의 이주민 마을인 명동촌의 지탑을 잡고있던 그는 조선에서 “3.1”운동이 일자 연해주로 파견되여 갔다. 연해주에서 김약연은 각지에서 파견 되여온 독립지사들과 회합하여 독립선언서의 작성과 그 선포에 관한 합의를 하고 용정반일시위를 기획하였다.


“3.13”반일시위가 일제에 탄압을 받은 후 조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는 이를 빌미로 2년간의 옥살이를 하였다. 북간도 지역의 초기의 근대 교육학교인 명동학교를 세운 그이는 민족시인 윤동주의 외삼촌이기도 하다.


림민호

 

반일시위가 일던 날 대회장 가녁의 교회당 첨탑 위에 올라가 구경하고 있던 한 소년이 교회당의 종소리를 울렸고 그 종소리와 함께 대회가 시작되었다. 종소리를 울려 성세호대한 반일시위를 촉발시킨 그 홍안의 소년이 바로 후일 연변대학의 총장으로, 조선족교육의 정초에 크게 기여를 한 림민호 총장이었다.


한낙연.

 

근대 중국미술발전사와 중국현대혁명사에서 선구자적 위치를 자리매김하여 “중국의 피카소”라 지칭되고 있는 그는 당시의 반일시위에 적극 동참하여 대회에 사용 될 기발을 만들고 프랑카드를 써서 대회장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시위자들과 함께 반일과 민족독립을 위해 한 목청을 높였다.


3

조선후기의 대실학자 다산 정약용(丁若鏞)이 탁월한 승려인 혜장을 높이 치하하여 지은 시가 있다.

그 명성이 우레처럼 크게 떨쳐

사방의 호걸들이 얼굴보기를 원했지


해란강반에서 반일의 봄우레가 터진 3.13반일시위가 어언 96돐을 맞았다. 이날을 계기로 또 한번 민족의 독립과 해방을 위해 한 몸 바친 인걸들의 “여뢰관이”한 이름을 크게 새기며 망각과 무심으로 안일했던 마음 들을 들깨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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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칼럼] 봄 우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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