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0(토)
 
 
● 김 혁(재중동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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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역에서 민족침탈의 괴수 이토 히로부미를 응징한 민족영웅 안중근에 대해서는 지난 1970년대 말 북한영화를 통해서 비로서 접했다.

북한영화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는 백인준이 시나리오를 쓰고 인민배우 출신의 엄길선이 연출, 조선영화촬영소에서 만든 2부작 항일혁명예술영화로서 1979년에 중국 전역에서 중국 말로 더빙되어 상영되었다.


영화는 시대 상황을 생생하게 재연하면서 한 개인의 문제와 역사적 사건을 따로 떼어 놓지 않고, 주인공의 운명과 민족의 운명을 현실문제까지 연관지어 표현한 점이 돋보인다. 북한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유명배우가 총출연하고 막대한 제작비와 수천명의 조연배우들이 동원, 특히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역사의 현장인 중국 하얼빈에서 촬영해 사실성이 뛰어나는 등 조선영화 가운데서도 수작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에서 근자에 내놓은 안중근 관련 영화로는 “도마 안중근”이다.


안중근의 세례명 “도마”로 이름 한 영화는 이또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이 감옥에 수감 된 뒤 수사 과정에서 검찰관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그의 삶을 되돌아 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안중근이 왼 손 약지를 잘라 “단지동맹”을 뭇고 독립에 대한 결의를 다지며 마침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게 된 과정을 연대 순으로 보여 주면서 의협심과 용기 있는 행동으로 자신의 사명을 끝까지 수행하는 안중근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 낸다.


한국 개그맨 출신 MC인 서세원이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을 맡았고 유오성, 고두심 등 유명배우들이 출연, 역시 중국에서 현지 촬영을 했다.

   

민족독립운동의 화신 격인 안중근의 역사적인 의거를 스크린에 올리는 작업은 그 오랜 이전 부터 시작됐다.


일찍 1928년에 벌써 안중근을 소재로 한 영화 “애국 혼”이 제작되였다.


 “한국 항일영화의 효시”로 지칭 되는 영화 “애국혼”은 한국 영화인들이 중국에서 제작, 상영했다. 당시 일제의 영화 검열이 강화되자 정기탁 등 한국의 영화인들이 중국의 상해로 이주 해 영화운동을 전개했는 데 “애국혼”이 그 작품 가운데의 하나다. 전창근이 각본을 쓰고 정기탁이 감독과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안의사의 민족혼을 생생하게 묘사해 반일감정이 높아가던 당시 중국 관객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다음1946년 안중근의 일대기를 서술 한 전기영화 “안중근 사기”가 상영되였다.


한국이 국권을 회복한 뒤 처음 선보인 영화는 애국지사 안중근의 의거를 소재로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 난 우리 민족이 그의 독립정신을 회상하며 민족재건의 동력을 얻고자 했다.


그 뒤로도1959년에는 “고종 황제와 의사 안중근”, 1972년에는 “의사 안중근” 을 제작, 대아의 삶을 살다 간 민족영웅의 일대기는 영화인들이 다투어 제작한 소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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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중근 소재의 영화들은 그 애초의 훌륭한 시도에 반하여 관객들의 실망을 자아 낸 경우가 많다.


북한의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의 경우 영화의 진행은 설명이 많고 평면적이다.


중요한 대목에서 반드시 주인공의 대사나 나레이션으로 상황을 설명하면서 교육과 선전의 효과를 강조하고 극대화 하고 있는데 이는 영화의 전반 흐름을 흐트러 뜨리고 몰입도를 방애한다.


한국의 “도마 안중근”은 더구나 관객들로부터 물의를 빚었다.


영웅 안중근을 그려내려 했으나 안중근의 인간적인 고민이나 풍모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고 오로지 인물의 신화화에만 골몰 한다. 게다가 독립투사가 쌍 권총을 쏘며 애써 쿨한 모습을 짓는 향항 갱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들이 이어진다. 안중근을 인격적인 실존 인물이 아니라 액션 영웅처럼 천박하게 부각한 데서 실존 인물의 사실감과 영화의 격은 휘발되고 말았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민족이 애대하는 영웅을 소재로한 작품이라 그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이라 할가? 상기 영화들에 대해 관객들로서는 낙공 (落空)의 실패작으로 보면서 커다란 유감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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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인채널은 지난 달, 중국에서 열린 행사에서 중한 양측이 1억 위안(각 5000만 위안)을 투자해 안중근을 영화로 제작하기로 합의했다.

제작사 “즐거운 상상”은 현실감과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서 안중근의 고향 황해도 해주 지역과 백두산 촬영을 추진할 계획이며 영화 ”동승”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진출한 주경중 감독이 메가폰을 잡게된다고 밝혔다.


영화는 명성황후 참살과 러일전쟁, 을사늑약과 고종황제 퇴위, 군대해산 등


굵직한 사건 등을 배경으로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응징하고 뤼순감옥에서 숨질 때까지의 이야기와 암살 전 일주일간의 긴박했던 기간을 중심으로 드라마틱하게 다룰 계획이다.


한·중·일 삼국의 역학관계에 안중근 의사가 뜨거운 이슈로 떠 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그를 소재로 중국과 한국 나아가 아시아가 공감, 공조의 뉴대로 삼을 수 있는 좋은 영화가 나오기를 바란다.


- “청우재(聽齋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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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칼럼] 영화, 안중근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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