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토 한 치도 못 내준다”던 젤렌스키, 기류 바뀌나
[동포투데이] 미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마련했다는 ‘28개 항 평화 계획’이 외신을 통해 공개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정국이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말 전 종전”이라는 공격적 시간표를 제시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사실상 수용을 압박하는 가운데, 그동안 ‘영토 불가양’을 고수해온 우크라이나 측 태도에도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트럼프, ‘영토 양보·군 축소·영구적 나토 불가입’ 요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다수 외신은 20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심각한 양보를 요구하는 28개 항 평화안 초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평화안에는 △우크라이나의 동부 돈바스 영토 포기 △우크라이나군 병력 60만 명 제한 △헌법에 ‘나토 영구 불가입’ 명시 △러시아의 G8 복귀 초청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27일 추수감사절 전 서명”을 요구했으며, 이르면 이달 말 모스크바에 정식 합의문을 제출하고 12월 초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대통령 특사 드미트리예프는 “이번 계획은 러시아 입장을 진정으로 반영한다”고 평가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젤렌스키, 거부 대신 “논의하겠다”… 태도 완화
젤렌스키 대통령실은 “미국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평화안 초안을 전달받았다”며 “공정한 종전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3일 영상 메시지에서 “미국이 제시한 비전이 있다. 우리는 우리의 원칙을 설명했으며, 양측 실무팀이 현실적인 방안을 함께 만들기로 합의했다”며 “우리는 이미 준비돼 있으며, 미국·유럽·전 세계 파트너들과 진정성 있는 협력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어떠한 형태의 영토 교환도 용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던 젤렌스키의 태도와는 대비된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러시아에 지나치게 유리한 계획’이라는 반발도 크다. 한 고위 관계자는 이를 “광물 협정 2.0”이라며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EU·영국·중국도 잇따라 반응… “우크라이나 배제 안 돼”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계획을 전폭 지지한다”며 “양측 모두에게 좋은 협정이며 반드시 합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카라스는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에서 배제돼서는 안 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영국 스태머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유엔 대표부 푸충 대사는 “지금은 민간인 희생이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모든 당사국이 절제하고 대화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패 스캔들로 흔들리는 젤렌스키… 美 압박 더 거세
평화안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시점은 젤렌스키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시기와 겹친다. 최근 1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부패 스캔들이 터지며 장관 2명이 사퇴했고, 해외 언론은 이를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최대 위기”로 평가했다.
이 가운데 미국 육군 장관 덴 드리스콜 등 고위 군사 대표단이 20일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와 회동한 사실도 확인됐다. 젤렌스키는 “평화안에 관해 미국 측과 직접 논의했다”고 밝혔다.
28개 평화안의 핵심: 사실상 러시아 요구안
미국 매체 Axios가 20일까지의 초안을 확보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평화안은 네 개 분야—△우크라이나·유럽 안보 △미·러 관계 △미·우 관계 △전후 재건—를 총망라한다.
핵심은 크림·루한스크·도네츠크 등 러시아 점령지의 영구적 러시아 영토 인정▲우크라이나군 병력 60만 명 상한▲우크라이나 헌법에 ‘나토 영구 불가입’ 명시▲러시아의 G8 복귀 및 글로벌 경제 재통합▲러시아·우크라이나·유럽 간 ‘상호 불가침 협정’ 체결▲우크라이나 100일 내 조기 선거 실시▲모든 전쟁 관련자 전면 사면▲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감독하는 ‘평화위원회’ 설치 등 내용이다.
특히 영토 조항은 ‘크림·루한스크·도네츠크 지역을 러시아로 인정하고, 자포리자·헤르손은 현 접촉선을 기준으로 사실상 동결한다’는 내용으로, 우크라이나의 오랜 ‘레드라인’을 정면으로 넘어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조차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기 매우 어렵다”고 인정하면서도 “전쟁이 장기화되면 더 많은 영토를 잃을 수 있다”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내세운 연내 종전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젤렌스키가 더 이상 강경 입장만 고수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공개된 28개 조항이 실제 협상 테이블에 어떻게 반영될지,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어디까지 양보하게 될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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