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거리는 노랗고 붉게 물들어 완연한 가을이다. 오가는 차들과 아름다운 거리를 거니느라니 한국에 온지 어언간 여섯번째 가을을 맞는 이시각 저도 모르게 숨 쉴 틈도 없이 달려 온 자기를 뒤돌아 보게 된다.
결혼하여 가정을 이룬후 무던하고 말수가 적은 남편은 언 제나 저의 의사를 잘 따라 주었으며 시골에서 아들들의 공부 뒤바라지를 하느라고 경제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여준 그였다. 힘들고 벅찬 나날들을 다 넘기고 출국이 자유로와 지면서 남편이 먼저 고령 동포로 입국하여 시골에서 토마토 농장에서 일한 석달 노임 270만원은 사장이 잠적하여 못받기도 하고 나주의 뱀장어 양식장에서 일하기도 하다가 만 삼년이 되여 고향에 갔다 온 후에는 천안의 양돈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여 체류 자격을 변경하고 그 곳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
매일 굴암퇘지와 새끼 돼지 백 여마리를 먹이를 주고 돼지우리를 청소하고 설사를 하는 돼지 새끼들은 제때에 주사도 놓으면 정성 들여 키워야 함은 물론이고 돼지 분변 냄새가 코를 찌르는 돈사에서 일하기란 쉽지 않다. 다행이도 남편은 비염이 심해서 어지간한 냄새는 모르고 지독하게 냄새가 나야 아니 그나마 참을만 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여지껏 살아 오면서 난 그이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그의 내심 세게와 그에 대한 관심이 적다고 생각하며 마음이 알짝지근해 난다. 내 마음속엔 아들들의 전도만 생각하고 일군으로만 생각한 내가 야속하고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여 번 돈은 응당하다고 받아 들이고 가정의 계획과 노후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작년 가을부터 남편을 생각하여 홍삼정을 사서 보내 주었으며 봄과 가을에 주기적으로 복용하고 하였다.
우리 가난이 지겨워 고국에 와 돈을 벌어 경제적으로 부를 이루어 아파트를 사고 자식들의 교육비도 대면서 좋은 것을 얻었지만 단란하게 모여 살지 못하고 서로 그립고 고독한 생활을 해나가는 것이 비일비재다. 오늘 생각해 보니 얻은 것도 많고 희생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열심히 일한 남편에게 수고 많으시다고 사랑의 메세지 전하고 싶다.
감 천
2013년 10월 30일
ⓒ 인터내셔널포커스 & dspdaily.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
‘미국의 소리’ 정치적 소동…비용은 납세자 몫
▲ VOA의 업무 중단과 재건 논란을 표현한 방송 스튜디오 이미지. 실제 VOA 시설 사진이 아닌 AI 생성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낭비를 줄이겠다며 축소했던 ‘미국의 소리’(VOA)가 업무 복구에 나섰다. 직원들을 유급 행정휴가에 보내고 계약을 취소한 뒤, 다시 사... -
[수필] 세월 저편에 두고 온 열두 살의 고향
고향집 앞에는 해탕나무와 살구나무가 있었고, 뒤뜰에는 앵두나무와 자두나무가 자랐다. 수십 년이 지났건만 어느 자리에 무슨 나무가 있었는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열두 살에 떠나온 집인데도 그렇다. 내 고향 중평촌은 중국 연변 안도현 석문진에서 약 6km 떨어진 작은 농촌마을이다. 산 ... -
중국은 왜 아직도 축구를 하는가
⬤ 안대주 축구에서 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강팀도 무너지고 약팀도 이긴다. 문제는 한 번의 패배가 아니다. 비슷한 실패가 수십 년째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남자축구가 그렇다. 외국인 명장을 불렀고 프로리그에 거액을 쏟아부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중국 무대를 밟았고 귀화선수에게 ... -
영화가 마음에 안 들면 중국부터 찾는가
영화 ‘암살자(들)’ 때문에 시끄럽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삼았으니 논란이 생길 만하다. 실제 사건을 영화가 어디까지 바꿔도 되는지, 영화적 상상력이라 해도 역사를 너무 비튼 건 아닌지 따져볼 수 있다. 불편하게 본 관객이 비판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논쟁을 따라가다 보면 엉뚱한... -
외국인은 일만 하고 사라져라?…한국 사회의 이상한 계산법
한국 사회를 지켜보노라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있다. 외국인을 대하는 일부 사람들의 태도다. 농촌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공장에서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식당에서는 외국인 직원이 그만두면 사장님 얼굴부터 어두워진다. 건설현장도 외국인 노동자의 손길이... -
개엄마·개아빠 전성시대…개팔자는 상팔자
며칠 전 직장 동료가 운전하다 겪은 일을 들려줬다. 길가에서 한 여성이 유모차를 밀고 있었다. 아기가 놀랄까 봐 속도를 줄이고 조심조심 지나갔단다. 그런데 유모차 안을 슬쩍 들여다보니 아기는 없고 강아지 한 마리가 떡하니 앉아 있었다. 동료는 어이가 없어 화까지 났다고 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