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때부터 정치인을 꿈꿔온 민주화 운동 86세대, 보수의 텃밭 충남에서 도지사 재선으로 민주당의 세 확산, 대통령 예비후보로 문재인 대통령 다음가는 인기를 구가하던 안희정 전 지사가 '미투' 쓰나미에 휩쓸려 전 여직원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안희정 전 지사는 도덕적·사회적 비판은 감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법적 판단은 재판부에 맡긴다며 '합의한 성관계'로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지사와 함께 근무했던 K씨는 작년인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4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성폭행'이라면 2017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법적인 조치나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지 않고 안 전 지사의 주변에서 맴돌며 일하고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E교육회사 Y 전 대표는 대표 재임시인 지난 2014년 7월 입사지원을 했으나 면접을 보고 "입사하지 않겠다"는 20대 여성 A씨에게 만남을 요청하고, 차안에서 껴안고 가슴과 엉덩이를 만진 혐의로 기소됐고, 또 같은해 10월 6일과 20일 비서 B씨를 "예뻐보인다. 한 번 안아보자"며 추행하자 B씨는 이 일이 있은 후 사직했으며, 양 전 대표는 A,B씨에게 성추행한 점이 인정되어 2016년 4월 법정구속됐었다. 피해자들이 즉시 성추행을 고소하거나 사퇴하여 재발을 방지한 사례다.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은 무려 7개월이나 된다. 성폭행이었다면, 무섭고 징그럽고 불쾌한 일을 자행한 이를 지근거리에서 상사로 모시며 수행하고 법적 조치를 하지도 않으며 간헐적으로 성관계를 갖는다는 것이 위의 사례와 너무나 판이하게 달라, 법적 조치를 7개월만에 한 이유에 대해 주목이 되고 있다.
K씨가 JTBC TV 생방송에 나와 안희정 전 지사가 성폭행을 했다고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진행한 인터뷰 시점은, 안 전 지사가 3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이후이다. 또한, K씨가 안 전지사를 밀착 보좌하는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근무형태가 바뀐 이후이기도 하다.
비서실 등 정무직은 보통 지사 등 정치인의 임기와 같이 근무하고 함께 그 직을 그만두는 것이 통상적이다. 안 전 지사가 임기를 3개월여 남겨두고 사퇴하고 비서실장 등 정무직 직원들이 동반사퇴한 것도 그런 관례때문이다.
K씨는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자리가 바뀌면서 안 전 지사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었고, 안 전 지사가 도지사 3선에 도전하지 않음으로써 K씨의 직장은 사라질 위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성폭행이냐 합의된 성관계냐는 재판부가 판단할 몫이다.
그러나, 무려 7개월간 4차례의 관계가 있었는데 성폭행으로 법적 조치를 하지 않았고, 피해를 주장하는 자가 피의자와 곁에서 보좌하는 일을 했으며 직장에서 퇴출될 위기가 다가오는 시점에 법에 성폭행이라고 뒤늦게 호소한 점은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성관계가 있던 장소도 무인도나 감금된 상태도 아니었고 폭행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충분히 뿌리치고 도망치거나 성폭행하지 말라고 싫다고 비명을 지르고 구조를 요청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특히, 최초 관계가 있은 후 이 관계가 성폭행이었다면 즉시 수행비서직을 사퇴하고 안 전 지사를 성폭행으로 고소했어야 추가 성폭행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감금되어 묶인채로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여 도망칠 의지가 상실된 상태가 아니거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도망치고 싫다고 분명히 항거하였어야 추가 관계를 갖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간통죄가 사라졌지만 안 전 지사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부분이 없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K씨가 생방송에 나오지 않고도 안 전 지사를 법적인 조치만 해도 정치적으로 매장이 될 것인데, 생방송까지 나와서 일방적 주장을 함으로써 이미지가 회복되기 어려울만큼 훼손된 상태다.
K씨가 피해자라면 가해자인 안 전 지사를 고소할 권리가 있듯이, 안 전 지사도 부인 이외의 여자와의 관계를 그만 둘, '헤어질 권리'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안 전 지사는 가정으로 돌아갈 의무를 질 수 있을까.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8월14일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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