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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단과 고령화 사회의 딜레마, 갈등에서 공존으로”

  • 허훈 기자
  • 입력 2025.03.1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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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훈

 

새벽 5시, 창문 밖에서 울려 퍼지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잠에서 깬 주민들은 또다시 한숨을 내쉰다. 중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폭주단(暴走团)의 아침 행진은 이미 일상이 됐다. 이들은 원래 공원에서 모여 걷기 운동을 즐기던 중년·노년층 모임이었지만, 이제는 도심 한복판을 점령하며 사회적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 2025년 3월 랴오닝성 푸신시에서는 급히 병원으로 가던 차량이 폭주단에 의해 20분간 갇히는 사건이 발생했고, "환자는 기다려라"는 단원의 발언이 SNS에서 폭발적인 공분을 샀다. 이는 단순한 도로 점령을 넘어, 집단 이기주의가 낳은 인간성 상실의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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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2024년 11월 주하이시 체육센터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사건(사망 35명)은 폭주단이 모인 공간이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냈고, 장쑤성의 한 부부는 10년간의 과도한 보행으로 무릎 인공관절을 삽입해야 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고 몸을 망가뜨린다"는 아이러니가 현실이 된 것이다.  


폭주단은 이제 공공장소에서 '인간 방패'로 변모했다. 안후이성 신변하 다리에서는 수백 명이 차도를 점유하며 운전자들을 위협했고, 광시성 양수오에서는 보행자 신호를 무시한 채 길가의 칼라콘을 걷어차며 행진했다. "우리는 단체니까 양보해야 한다"는 논리는 공동체 의식이 아닌 '집단 무면허'로 이어졌다. 70대 노인이 "젊은이들은 우리를 배려해야 한다"며 도로 한가운데서 팔벌려 선 모습에서 세대 간 공존의 틀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이러한 행위 뒤에는 상업적 이해관계가 숨어있다. 장쑤성의 한 폭주단은 참가자 유니폼에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새겨 넣었고, 주하이의 경우 회원비 명목으로 1인당 380위안을 받고 개인 건강정보를 유통시킨 단체가 적발되기도 했다. 의학계는 "과격한 보행 시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이 체중의 5배에 달한다"고 경고하지만, 단체 리더들은 "걸음수로 건강을 측정한다"는 허구적 논리로 회원들을 유인한다.  


당국의 미온적 대응은 상황을 악화시켰다. 안후이성 경찰은 도로를 점유한 폭주단을 단순 계도했고, 칭다오시에서는 오히려 도로를 폐쇄하며 이들을 보호하는 기이한 광경이 연출됐다. '집회 및 시위 법'은 명확히 도로 점유를 금지하지만, "노인 복지"라는 이름 아래 법은 잠잠했다. 전국 60%의 지역이 500m 미만의 운동 공간을 갖춘 탓에 노년층은 도로와 광장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섰고, 이는 필연적으로 갈등을 증폭시켰다.  


해결을 위해서는 삼중고리 전략이 필요하다. 상하이 쉬후이빈장(徐匯濱江)에서 '폭주단' 조직자에게 2,000위안, 참가자에게 200위안의 벌금을 부과한 사례처럼 법의 엄정한 집행이 선행되어야 한다. 일본의 '집단 행진 규제법' 처럼 GPS 장치 부착과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도시 공간 재편에서는 도쿄의 '저소음 보행구역'처럼 지역별 운동 강도를 구분하고, 주하이 우저우 아파트의 사례처럼 태극권 등 저강도 운동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하루 1만 보 신화"를 깨는 과학적 인식 확산이 시급하다. 보건당국이 '중장년 과학적 운동 백서'를 발간해 관절 손상 위험을 경고하고, 과장 광고를 하는 업체에 광고법을 적용해야 하는 이유다.  


폭주단의 광풍은 단순한 운동 문화의 변질이 아니라 고령화 사회가 직면한 시스템적 결함의 증상이다. 도로를 메운 그들의 발걸음에는 홀로 남겨진 세대의 외로움이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공감이 규제를 대체해서는 안 된다. 법의 칼날이 공정하게 내려지고, 과학이 맹신을 밝히며, 세대를 아우르는 공간이 마련될 때, 비로소 '함께 걷기'가 '함께 살기'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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