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등관세' 발표가 세계 경제계에 충격파를 던지며 역설적으로 중국에 전략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자해적'이며, 결과적으로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일 백악관 장미정원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모든 교역 상대국에 10%의 '최저 기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을 포함한 60여 개국에는 추가로 높은 관세가 적용됐다. 인도는 26%, 일본 24%, 한국 25%, EU 국가 20%의 관세를 부여받았으며, 이스라엘은 17%, 호주와 영국은 10%의 추가 관세를 맞았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집권 이후 중국에 가해진 세 번째 관세 조치이자, 역사적으로 동맹국까지 포괄한 최대 규모의 무역 제재로 기록됐다.
각국 반응은 격렬했다. 일본 정부는 "깊은 실망"을 표명했고, 한국은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소집했다. EU는 "보복 조치를 검토 중"이라 경고했으며, 호주는 "우호적이지 않은 결정"이라 비판했다. 영국만이 타국 대비 낮은 관세 부과에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이 이변으로 꼽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국들을 결집했던 과거와 달리, 트럼프의 러시아 우호 정책과 관세 폭탄이 동맹 협력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타격을 입혔다. 미국 증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의 일간 하락률을 기록했으며, 유럽과 아시아 주요 지수도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자유무역 체제를 붕괴시키고, 오히려 중국 중심의 새로운 경제 블록을 형성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 리옹경영대학 상하이 캠퍼스 프랭크 차이 교수는 "트럼프가 선포한 '해방의 날'은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미국을 배제한 교역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중국은 이제 미국을 제압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진단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쑨윈 중국 프로그램 디렉터는 "이번 사태가 미국의 패권 쇠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더 이상 유일한 표적이 아니라는 점이 역설적으로 베이징이 유럽·아시아 국가들과 협력 강화를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3일 연이어 성명을 발표한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는 "미국의 일방적 관세 조치에 강력히 반대하며 필요한 반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평등·상호 존중 원칙 하에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는 유연한 입장을 견지했다.
주목할 점은 중국의 전략적 대응이다. 2018년 무역전쟁 당시 강경 대응으로 맞불 놓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러시아·일본·한국과의 긴밀한 협의 체계를 가동하는 등 다각적 외교에 주력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캐나다와 EU가 분노에 휩싸인 것과 달리 중국은 냉정함을 유지하며 카드를 풀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소재 글로벌화연구소(CCG) 왕후이야오 이사장은 "트럼프의 관세가 결국 80%에 달하는 비(非)미국 경제권의 단합을 촉진시킬 것"이라며 "2025년 비미국 국가 간 교역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사회과학원 뤼샹 연구원은 트럼프의 '경제 자립' 구상이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양말부터 미사일까지 미국 내에서 모든 것을 생산하려는 발상은 시대적 착오"라며 "각국의 보복 조치로 미국 수출이 급감할 경우, GDP 성장률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인도·브라질·동남아 국가들이 자원·제조업 생산망을 연계하는 등 '탈미국' 경제 공동체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러한 움직임이 2025년 내에 가시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제 경제학계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단기적 고립보다 더 심각한 장기적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세계은행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한 관계자는 "1947년 GATT 체제 출범 이래 미국이 주도한 다자간 시스템이 사실상 무너진 순간"이라며 "신흥 경제권이 대체 무역 통로를 확보하는 데 중국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경제 판도 재편 속도가 급가속할 전망이다.
BEST 뉴스
-
美, 대중국 추가 관세…의료·제약 필수 원자재 수급 '빨간불'
[동포투데이] 미국 통계 당국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대중국 추가 관세 조치로 인해 미국 내 중국산 비타민과 휠체어, 목발, 의료용 안경 등 필수 의료기기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휠체어 수입의 66.3%(2억 7,380만 달러)를 중국에 의존하는 등 주요 의료용품에서 중국산 ... -
美 경제학자 "세계화 폐해, 중국 탓?…근본 원인은 미국의 인식 오류"
[동포투데이] 최근 미 정부의 무역 및 관세 정책 방만함이 전 세계적 반발을 불러온 가운데, 미국 내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일반 시민들의 고충도 가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당시 '미국 이익 우선' 및 역세계화 정책을 예고했던 것과 관련, 일부 미국 경제학자들은 왜 당시 많은 유권자... -
美 바이어 부재 속 광저우 페어 이변... 신흥시장 덕에 역대급 성과
[동포투데이] 중국 광저우에서 지난 5일 폐막한 제137회 중국수출입상품전람회(광저우 페어)에서 미국 바이어들의 참여 부족에도 역대 최다 해외 바이어들이 몰리며 수주량이 증가하는 이변을 기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행사가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도 중국 수출업계의 회복력을 입증했다고 ... -
경찰, 교통사고 보험사기 4개월 집중단속…고의 사고·허위 청구 뿌리 뽑는다
[동포투데이]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오는 5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4개월간 교통사고 보험사기 집중수사 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집중수사는 야외활동 증가로 교통사고가 빈번해지는 시기를 겨냥해 고의적 사고 유발 및 보험금 과다 청구 등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마련됐다. 교통사고 ... -
美 고관세 비웃는 ‘中 공급망 파워’… “대체 불가” 주문 복귀
[동포투데이] 미국 정부의 대중국 관세 강화 조치가 시행된 지 10일이 지났지만, 오히려 미국 고객들이 중국 제조업체를 다시 찾아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장(浙江)성 수출업체 대표 웅웨이핑(熊伟平) 씨는 최근 미국 주문량이 오히려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청년보와 차오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웅 씨는... -
中, 방사능 없는 ‘비핵 수소폭탄’ 개발 가속…대만 지하요새 겨냥
[동포투데이]중국이 기존 핵무기와 맞먹는 파괴력을 지닌 '비핵 수소폭탄'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신형 무기는 방사능 오염 없이 핵무기 수준의 위력을 발휘하는 '준핵무기'로 분류되며, 특히 대만 지역의 지하 요새 공격용으로 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