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중국 베이징 이좡(亦庄) 경제기술개발구. 이곳에 자리 잡은 샤오미 자동차 공장은 바삐 돌아가지만 소란스럽지 않다. 인간의 구령도, 기계 소리도 크지 않다. 대신 일정한 속도로 작동하는 산업용 로봇들이 정해진 궤도를 따라 부품을 맞추고, 용접하고, 검사한다. 76초마다 완성차 한 대가 생산라인을 빠져나간다. 견학을 마친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레 이런 말이 나온다. “앞으로 어떤 공장이 살아남을까?”
스마트폰 기업으로 출발한 샤오미는 이제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며, 생산 방식 자체에 대한 발상을 전환하고 있다. 이 공장은 총면적 72만㎡ 규모로,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공정을 단일 부지 내에서 소화한다. 압주, 프레스, 차체, 도장, 최종 조립, 배터리 등 6개 핵심 공정을 하나로 통합한 이곳은 고도로 자동화된 설비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공장의 중심에는 9100톤급 대형 다이캐스팅(압주) 장비가 놓여 있다. 이 설비는 기존에 70여 개 부품으로 나뉘어 있던 차체 구조를 하나의 금형으로 통합할 수 있다. 용접 포인트는 약 840개 줄었고, 차량 무게는 약 17% 가볍다. 무엇보다 공정 시간은 대폭 단축됐다. ‘부품을 조립해 차를 만든다’는 기존 개념에서, ‘차를 통째로 찍어낸다’는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차체 공정은 사실상 로봇이 전담한다. 약 700대의 산업용 로봇이 200개가 넘는 공정을 수행하며, 자동화율은 100%에 가깝다. 사람 손은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 이 공정을 거친 차체의 불량률은 0.12%에 불과하다. 공정뿐만 아니라 검사 역시 기계가 맡는다. 공장 곳곳에는 인공지능(AI) 기반 검측 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미세한 도장 불균형이나 부품 간극까지 자동으로 판별한다. 수작업 검수보다 수 배 빠르고 정밀하다.
샤오미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이라기보다, 자동차를 ‘개발’하고 ‘구현’하는 플랫폼에 가깝다. 이 회사가 내세우는 건 속도나 가격만이 아니다. 기존 자동차 산업의 방식과 감각, 나아가 조직 구조와 인력 배치를 낡은 것으로 만든다. 샤오미 자동차 공장은 그 자체로 기술 중심 산업이 전통 제조업 구조에 던지는 무언의 도전이다.
그만큼 질문도 함께 떠오른다. 이 공장이 보여주는 미래는 모두에게 같은 의미일까. 단순 조립이나 검사, 물류와 같은 업무는 이미 기계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변화의 압력은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된다. 그러나 이는 곧장 ‘일자리의 상실’로만 읽히지는 않는다. AI 알고리즘 설계, 로봇 유지보수, 공정 최적화 분석과 같은 새로운 직무가 생겨나고 있고, 사람은 그 안에서 다시 역할을 찾아야 한다. 전환이 가능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간극은, 산업보다 더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샤오미는 아직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확고한 점유율을 가진 기업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제시하는 생산 모델은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해온 체계와 관성을 정면으로 흔든다. 더 빠르게, 더 정밀하게, 그리고 인간의 개입 없이도 공장은 움직인다. 그 속에서 공장이라는 공간은 단지 노동이 일어나는 장소가 아니라, 산업과 사회의 재구성을 요구하는 무대가 되어가고 있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말은 이곳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미래는 이미 전원을 켜고, 조용히 조립되고 있다. 사람 없는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차 한 대 한 대가, 그 사실을 말없이 증명하고 있다.
BEST 뉴스
-
전 세계 한글학교, 민화로 하나되다
△제14회 발표회(10.20) 개최식 기념촬영 © 지구촌한글학교미래포럼 [동포투데이]지구촌한글학교미래포럼(공동대표 박인기·김봉섭)은 20일 서울 강남구 한국전통문화원에서 제14회 발표회를 열고, 한국 민화를 주제로 한글학교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
中 외교부, 희토류 수출 규제 관련 입장 재확인
[동포투데이] 중국 외교부가 희토류 수출 규제 정책과 관련해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10월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궈자쿤 외교부 대변인은 “희토류 수출 관리 조치는 체계 규범화와 제도 완성을 위한 것으로, 국제 관행에 부합한다”며 “세계 평화와 지역 안정,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 의무 이행이 목적... -
시진핑, 이재명에 샤오미 스마트폰 선물…“백도어 확인해보라” 농담
[동포투데이]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한국 이재명 대통령이 경주에서 열린 회담 자리에서 서로 선물을 교환하며 친선을 다졌다. 시주석은 이대통령과 부인에게 샤오미 플래그십 곡면 스마트폰과 전통 문방사우를 선물로 전달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스마트폰의 통신 보안 문제를 농담 삼아 묻... -
“중국이 아니라 변화가 두렵다” — 한국 내 반중 감정의 진짜 이유
[동포투데이]서울 명동의 한 카페. 28세 직장인 지수 씨는 휴대전화에 뜬 ‘중국 전기차, 한국 시장 점유율 15% 돌파’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곧장 ‘화나요’ 버튼을 눌렀다. “또 시장을 뺏긴다는 건가요?” 이런 반응은 요즘 한국 사회에서 낯설지 않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
트럼프-시진핑, 한국서 회담…양국 “소통은 유지, 결과는 미지수”
[동포투데이]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오는 10월 30일 한국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이후 양국 정상이 처음으로 마주 앉는 자리로, 미·중 간 대화와 분쟁 관리 채널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만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
“아기만은 살려야”…오산 화재서 두 달 된 아기 이웃에 건넨 중국인 여성, 추락사
[동포투데이] 20일 새벽 경기도 오산의 한 상가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중국인 여성이 두 달 된 아기를 이웃에게 건네 탈출시키고 자신은 불행히도 추락해 숨졌다. 오산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35분께 오산시 한 5층짜리 상가주택에서 불이 났다. 5층에 거주하던 30대 중국 국적 여성은 불길이 ...
NEWS TOP 5
실시간뉴스
-
다카이치 ‘대만 유사’ 발언 후폭풍… 中 “침략행위면 정면타격”, 日 내부도 강력 비판
-
“대만 문제 외부 개입 안 돼”… 국민당, 日 총리 발언 강력 경고
-
日 의원 “中, 유엔 승인 없이도 일본 군사 타격 가능” 발언 파문
-
日 전직 총리 3인, 다카이치에 일제히 경고… “경솔한 발언 말라, 대만은 중국의 일부”
-
中, 황해 한복판서 실탄 사격 훈련… 주변국 “왜 지금이냐” 촉각
-
中 해방군보 “일본, 대만해협 개입은 파국으로 가는 길”
-
中日 외교 갈등 격화…中, 日 대사 초치·강경 대응
-
일본행 경고 하루 만에… 중국 항공사들 일제히 ‘전액 무료 환불’
-
다카이치 대만 발언에 베이징 ‘불호령’… 중·일 관계 또 흔들
-
중국, 일본 방문 사실상 ‘금지령…“중국인 대상 범죄 급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