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이 기존의 노골적인 뇌물·횡령을 넘어, 점점 더 교묘해지는 ‘은폐형 부패’와의 전면전에 나섰다. 현금 가방과 노골적 횡령 대신 차명회사, 금융 파생상품, 퇴임 후 영향력을 활용한 이른바 ‘정·관·재계 회전문’이 새로운 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13일 열린 제20기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부패의 새로운 양상과 특징을 정확히 포착해야 한다”며 “수법을 혁신해 모든 형태의 부패를 단호히 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속한 발견과 정확한 식별을 통해 반부패의 관통력을 높여야 한다”고도 했다.
중국 반부패 당국에 따르면 최근 부패는 외형상 합법을 가장한 채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재직 중 쌓은 인맥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퇴임 후 기업 요직을 맡거나, 규제 대상 기업에 편의를 제공한 뒤 차명 지분이나 가족 명의 거래를 통해 이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최근 공개된 사례에서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을 지낸 쉬셴핑은 사업가를 ‘이익 대리인’으로 내세워 국유기업 납품 자격과 재개발 사업을 따내도록 도운 대가로, 가족 명의 ‘대출’ 형식을 빌려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기업에는 구조조정·인수합병·상장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하고, 차명 보유한 지분을 헐값에 취득한 뒤 퇴임 후 되팔아 수천만 위안의 불법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은퇴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2025년 조사를 받았다.
중국정법대 양웨이둥 교수는 “강도 높은 반부패가 이어지면서 권력 남용이 더 은밀한 형태로 변했다”며 “차명회사 운영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형식은 달라졌지만 본질은 전통적인 부패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제도 정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 6월 개정된 감찰법과 시행규칙이 발효되며 수사 권한이 확대됐고, 같은 해 12월에는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국가감찰위원회가 신형·은폐형 부패 수사를 위한 증거 지침을 마련했다. 새 지침은 20여 종의 신종 부패 유형을 구체화하고, 증거 수집 기준을 명확히 했다.
전문가들은 “부패가 광범위하고 은밀해질수록 단속 범위와 수단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의 반부패 캠페인은 장기전 양상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변화하는 부패 수법에 맞춰 제도를 지속적으로 손질하며 고강도 단속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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