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 하이난성 싼야(三亚) 야저우만(崖州湾)의 햇볕이 내리쬐는 농경지에서 조용하지만 거대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괭이와 경험에 의존하던 작물 육종이 이제는 알고리즘과 데이터로 다시 쓰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수 품종 개발은 10년 이상 걸리는 ‘경험의 과학’에 가까웠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가 육종 기간을 3~4년으로 단축시키며, 고수확·고내성 작물을 빠르게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 프로젝트의 공식 명칭은 미래농업 넥서스(Future Agriculture Nexus·Fan). 야저우만 국가실험실과 중국 기술기업 화웨이가 공동으로 구축한 플랫폼이다. 기후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에 식량 안보를 지키기 위해, 육종을 ‘정밀·예측 과학’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정부가 씨앗을 ‘농업의 칩(chip)’으로 규정해온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2년 4월 야저우만 실험실을 시찰하며 “중국의 식량 안보는 중국의 씨앗에 의존해야 한다”며 종자 분야 기술 자립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시진핑 주석의 발언은 이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야저우만 국가실험실의 원샤오후이(袁晓辉) 수석과학자는 “AI의 잠재력은 크지만, 실제 적용을 가로막는 핵심 병목은 데이터”라며 “전 세계 현장·실험 데이터를 통합하고 지능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데이터 섬’을 잇는 중앙신경계
전통 육종은 유전자형·표현형·환경·토양 데이터가 서로 단절된 ‘데이터 사일로’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로 인해 성공 확률은 1%에도 못 미쳤다. 판(Fan) 프로젝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웨이의 AI 데이터 솔루션을 기반으로 전 과정(풀체인) AI 시스템을 구축했다.
화웨이 데이터 스토리지 제품 라인 부사장인 위안위안(袁源)은 “플랫폼은 ▲전국의 다원적 데이터를 표준화해 ▲산업 맞춤형 대규모 AI 모델을 신속 구축하며 ▲핵심 ‘육종 AI 에이전트’가 자동 분석과 검증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벼와 같은 작물의 전통적인 20세대 재배 주기를 단 5세대, 즉 3~4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효율성은 약 30% 향상된다.
‘난판(南繁) 실리콘밸리’ 가속
이 프로젝트는 기술 실험을 넘어 국가 전략의 일환이다. 하이난의 따뜻한 겨울을 활용해 육종을 가속하는 ‘난판’ 기지를 2030년까지 중국 종자 산업의 ‘실리콘밸리’로 키운다는 계획과 직결된다. 농업농촌부는 2025년 11월 종자산업 진흥 회의를 열고,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 기간 종자 기술의 자립·고도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야저우만 실험실은 2024년 중국농업대, 상하이 인공지능연구소와 함께 중국 최초의 종자 설계 대규모 언어모델 SeedLLM(펑덩) 공개했고, 2025년에는 AI 에이전트로 고도화했다. 이 모델은 전 세계 연구 문헌의 98% 이상을 통합해 유전자–형질–환경 연관 지도를 구축하고, 유전자-형질 예측과 실험 설계 자동화를 수행한다.
전국적 확산과 과제
중국국가종자그룹은 AI 기반 원격 모니터링으로 작물 생육을 실시간 관리하고, 중국농업과학원은 경험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 육종으로 전환을 모색 중이다. 다만 핵심 특허와 고부가가치 바이오 기술에서는 여전히 미국과 격차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농업 유전자원 저장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조사에서 13만9000건의 신규 작물 자원을 확보했다. 2023년 국내 종자 시장 규모는 1500억 위안을 넘어섰고, R&D 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 협력으로 확장
야저우만 국가실험실은 콜롬비아·페루·에콰도르·칠레 등 중남미 연구기관과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국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브라질·우루과이 학계 역시 중국의 AI·생명공학 융합 기술이 식량 안보와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하이난의 시험포에서 시작된 변화는 전 세계 농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후 변화와 자원 제약이라는 도전에 맞서, 첨단 생명과학과 AI의 결합이 식량 시스템의 새로운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화웨이 측은 “이번 협력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확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본 기사는 China Daily 보도를 참고해 InternationalFocus가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BEST 뉴스
-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사우디 3월 원유 수출 ‘반토막’
생성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중동 긴장이 고조되며 호르무즈 해협 항로가 사실상 차질을 빚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재계 및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유조선 추적 데이터 기준 사우디의 3월 원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333만 배... -
“좋든 싫든 중국은 인정해야”… 트럼프, 중국 제조업 성과 파격 재평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27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비치 파에나 포럼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통신) [인터내셔널 포커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 -
국민당, 중국과 다시 손 잡나…10년 만 방중에 정치권 술렁
AI생성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대만 야당인 중국국민당(KMT) 주석 정리원(鄭麗文)이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 상하이에 도착하며 대륙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국민당 주석의 방중은 약 10년 만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7일, 정리원 주석 일행이 이날 정오 상하이 훙차오 공항에 도... -
IEA “연료 비축·수출 제한 자제해야”…호르무즈 봉쇄 시 공급 충격 경고
[인터내셔널포커스] 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국제에너지기구가 각국의 연료 비축과 수출 제한 움직임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IEA의 파티흐 비롤 사무총장은 5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각국은 석유와 연료를 비축하거나 수출을 제한하... -
호르무즈 봉쇄 여파 현실화…한국 에너지 대응 강화
[인터내셔널포커스] 중동 지역 긴장으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정부가 에너지 절약 중심의 대응을 본격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부터 사용을 줄이고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단계적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현재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
필리핀 “대만은 주권국가 아니다”… ‘하나의 중국’ 재확인
[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과 필리핀이 외교 당국 간 협의를 통해 양국 관계 안정과 지역 현안을 논의한 가운데, 필리핀 측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며 대만을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28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쑨웨이둥 부부장은 이날 취안저우에서 마리아 테레사 에레라 ...
NEWS TOP 5
실시간뉴스
-
“우주를 지상에 옮겼다”…중국 ‘지면 우주정거장’ 정체 공개
-
중국 달 탐사 성과…신규 광물 2종 추가 발견
-
야스쿠니 신사서 항의 현수막…한국인 남성 체포
-
아프리카 3개국, 라이칭더 전용기 항로 불허…방문 일정 연기
-
北 매체, 일본에 “주일 중국대사관 위협” 사과 요구
-
이란 “29일 총동원”…美 향해 ‘즉각 타격’ 초강경 경고
-
일본 국회 인근서 흉기 소지 적발…참의원 의원회관서 남성 체포
-
체코 정부, 상원의장 대만행에 제동…군용기 요청 ‘퇴짜’
-
중국·베트남 공동성명 발표…철도 연결·물류 협력 확대
-
주일 중국대사관 “잇단 위협·침입 사건”…일본 측 대응 논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