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 연방 정부가 H-1B 취업비자 신청 수수료를 기존 수천 달러 수준에서 10만 달러로 인상하는 정책을 추진하자, 캘리포니아·뉴욕·매사추세츠 등 20개 주가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비자 정책을 둘러싼 이례적인 주정부 공동 대응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행정 변경을 넘어 법적·경제적 파급 효과를 동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소송의 핵심 쟁점은 비자 수수료의 법적 한계와 행정부 권한 문제다. 미국 이민 관련 법령은 비자 수수료가 행정 심사와 운영에 필요한 실제 비용을 보전하는 수준에서 책정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정부들은 10만 달러라는 금액이 이 기준을 현저히 초과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처럼 중대한 수수료 인상이 의회의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행정부 결정으로 추진된 점 역시 권한 남용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H-1B 비자는 기술·의료·교육 분야에서 외국인 전문 인력을 유입하는 핵심 제도로 작동해 왔다. 실리콘밸리 기술기업과 대학 연구소, 병원 현장 등에서 상당수 전문 인력이 이 제도를 통해 충원돼 왔다는 점에서, 수수료 인상은 인력 구조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기업은 비용 상승을 흡수할 여력이 있지만, 초기 기업이나 연구 중심 조직은 해외 인재 채용 자체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주정부 측은 이 경우 연구·개발 활동이나 고용이 해외로 이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비자 정책 변화는 고등교육과 연구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국제교육협회는 비자 문제로 국제 학생 유입이 줄어들 경우 대학 재정과 지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 학생과 연구 인력은 학비와 소비뿐 아니라 연구 성과와 인재 공급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비자 불확실성이 연구 연속성과 국제 공동 연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연구 인력의 이동성이 제한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미국 연구기관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비자 요건을 강화하는 가운데, 다른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이민·취업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독일, 영국, 캐나다 등은 기술 인재 유치를 위한 제도를 적극 홍보하며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해외 언론은 이러한 흐름을 글로벌 인재 경쟁 구도의 변화로 해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의 결과가 단순히 H-1B 수수료 수준에 그치지 않고, 행정부의 비자 정책 재량 범위와 미국의 인재 유입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법원이 수수료 책정 권한과 한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향후 유사 정책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자 정책을 둘러싼 이번 논쟁은 미국이 향후 글로벌 인재 경쟁에서 어떤 전략을 선택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사례로도 주목받고 있다. 비용과 규제를 통한 선별이 효과적인지, 아니면 개방성과 예측 가능성이 장기 경쟁력에 기여하는지에 대한 평가가 정책 판단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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