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소비자 체감 만족도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전기차를 타면 유독 멀미가 난다”는 경험담이 잇따르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는 없던 증상이 전기차로 바뀐 뒤 나타났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같은 구간을 이동하는데도 “몇 분 만에 속이 불편해진다”, “가족 중 나만 전기차를 타면 어지럽다”는 반응이 공감을 얻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이를 개인의 체질 문제로 치부하지만, 전문가들은 전기차 확산 과정에서 간과돼 온 구조적 불편일 가능성에 주목한다.
“기분 탓 아니다”… 감각 시스템이 만드는 부작용
의학적으로 멀미는 신체 감각 정보가 서로 충돌할 때 발생하는 생리적 반응이다. 인간의 균형 감각은 시각, 내이(內耳)의 전정기관, 근육·관절의 고유수용감각이 함께 작동해 유지된다. 문제는 이 정보들이 일치하지 않을 때다.
차량 안에서 스마트폰이나 책을 볼 경우, 시각은 ‘정지 상태’를 인식하지만 전정기관은 가속·감속·회전을 감지한다. 이때 뇌는 상반된 정보를 받아 혼란을 겪고, 이를 위험 신호로 오인해 메스꺼움과 어지럼증 같은 증상을 유발한다.
전문가들은 “멀미는 예민함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방어 반응”이라고 설명한다.
전기차가 더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주행 특성이 이러한 감각 혼선을 더 쉽게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전기차는 모터가 직접 구동돼 가속 반응이 즉각적이고, 감속 시에는 회생제동이 개입해 속도 변화가 잦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차량이 곧바로 감속되면서, 승객은 반복적인 앞뒤 쏠림을 경험하게 된다.
또 전기차는 엔진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어 차내가 매우 조용하다. 이 정숙성은 장점으로 평가되지만, 역설적으로 시각과 신체 감각의 불일치를 더 크게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일부 차량의 ‘원페달 주행’ 방식도 속도 변화를 잦게 만들어 승객의 균형 감각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EV 시대, ‘체감 불편’은 해결 과제
전기차는 탄소 감축과 에너지 전환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수록 성능 지표뿐 아니라 탑승자의 체감 경험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멀미는 개인의 문제로 넘길 사안이 아니라, 주행 제어 방식과 사용자 경험(UX) 차원에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완만한 가속·감속, 회생제동 조절, 탑승자 배려 설계가 병행돼야 전기차 전환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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